야설

여승무원, 연인, 여자 - 34부

야동친구 1,323 2018.05.15 12:12
“조 사장님, 이런건 고발을 하셔야 해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건지…
요즘들어 사업도 잘 안풀리고 있는데, 딸아이마저…
저도 속이 많이 상하네요...
어쨌든 현 박사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성태가 입맛이 쓰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의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체면도 있고 하니 그냥 조용히 집안끼리 풀어나가고 싶다는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그래도 이런게 꼭 쉬쉬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냐.
아무튼 한번 잘 생각해봐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나도 도울 수 있는게 있다면 일부러라도 힘써 도울테니....
원 미친 놈, 세상에 젊은 여자를 저딴 식으로 때리는게 어딨어…쯧쯧…
이거 원 어디 세상 무서워서 딸아이 간수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암튼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당분간은 푹 쉬면서 요양이 필요해요.
그것보다 더 주의해야 할 건 정신적인 상처가 클 테니까...
조 사장님이 바쁘시더라도 특히 신경 많이 써주셔야 할거에요. “
“알겠습니다,
제가 각별히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게 있으니까, 잘 의논해서 해결 잘할 수 있도록 하지요.
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어쨌든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박사님께서도 신경 좀 잘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요, 그건 내가 다 알아서 처신할 테니 아무 염려 마시고….그럼 나중에 또 뵙시다.”
의사를 배웅하고 거실로 돌아와서....
성태는 물끄러미 2층을 바라보았다.
다시 담배를 한 개피 꺼내들고는 불을 붙인다.
뿜어내는 담배연기 속에 뭔가 답답한 심경이 가득 들어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문득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다시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다 슬며시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았다.
문을 살며시 열고는 혜미의 방 안을 들여다본다.
혜미를 돌보던 간호사가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혜미가 팔에 링거를 꽂은 채로 침대에 누워서 잠들어 있다.
무척 지쳐있는 얼굴이었다.
눈을 감고있는 표정이 다소 일그러져 있다.
다행히 얼굴의 붓기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입술 주변은 많이 부어 있었다.
성태가 가까이 침대 곁으로 다가섰다.
잠든 혜미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성태가 잠시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서서 혜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문득 혜미의 얼굴이....
뭔가 인기척을 느끼는 듯..흠칫 하더니...
아주 서서히…
아주 서서히…힘겹게 살며시 눈을 떴다.
혜미의 눈빛이 잠시 천장 여기저기를 헤매는 듯 했다.
그러더니....살며시 눈과 고개를 옆으로 힘겹게 돌리고선
자신을 내려다보는 성태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혜미의 눈이 아주 약간...아주 약간 커지는 듯 했다.
하지만....
결코 상당히 놀라거나 어떤 동요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내 냉정을 되찾은 듯.....
그냥 그렇게 잠시동안 성태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다시 고개를 똑바로 돌리고선 살며시 눈을 감았다.
아주 잠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힘겹게...
혜미가 다소 힘겨운 듯 입을 열고 중얼거리듯 말을 건넸다.
“회사...회사에...연락 좀...해..주세요...”
성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내가 알아서 처리해주마…”
혜미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말을 한다.
“계...계단에서...굴러서...
다리를 다쳤다고 해주세요...
대학 도서관에서....토익공부 하고서...밤에...내려오다가 그랬다고 하시면....
정...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병가라면...
팀 고가에 영향을...좀 줄일 수도 있을지도..
데...데이오프 아직 이틀 더 남았으니까...."
성태가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다는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내가 진단서도 알아서 처리해주마....."
혜미는 팀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 승무원의 경우 병가기록이 생기면 자신의 진급은 물론,
팀 고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름대로 업무에 필요한 영어실력 향상을 위한 시험공부를 하다가 실수로 다쳐서
어쩔 수 없는 병가를 득하게 된다면 정상참작이 인정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성태도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성태는 기분이 야릇해졌다.
“................너라는 아이는....!!"
잠시 혼자서 뭔가 생각하다가....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리고 말한다.
“딴 생각 말고 우선 좀 쉬어라.
네가 이야기한대로 처리해 줄테니....그건 걱정말고....
아빠가 회사 다녀와서 자세히 이야기하자꾸나.
많이 늦었다...”
혜미가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대신 수고 좀 해주십시오.”
성태가 간호사에게 가볍게 목례하자, 간호사도 황급히 답례했다.
성태가 다시한번 혜미의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탁!”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버님께서 참 젊잖으시고 배려심이 깊으시네요.
아버님 생각하셔서도 어서 몸이 나으셔야죠.”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간호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하듯이 혜미에게 말을 건넸다.
혜미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눈을 들어 간호사의 얼굴을 담담히 바라보다가….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럼요...우리 아빠 좋으신 분이세요...”
그리고 다시 살짝 눈을 감고는 고개를 돌렸다.
새벽의 일이…새벽의 일이…살짝 혜미의 뇌리에 떠오른다.
그 무서웠던…
바깥의 무서웠던 날씨와도 같이…
온통 광기에 휩싸였었던….
새벽의 참경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공포에 떨었다….
두려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아빠의 그런 모습은....
그렇게 광기에 휩싸인듯한 모습은 처음 보았다.
이대로 여기서 이렇게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다급한..절박한 생명의 위기에서는 다른 그 어느 것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심지어 사랑하는 재성의 얼굴조차도 이름조차도….
그 순간만큼은 머리에 떠올릴 여유가 없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움직이면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자신의 몸이…불과 잠시의 시간 동안에…
잠시 전의 멀쩡하던 때와는 너무나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우선은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우선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지금 이 순간…
통증은 여전히 혜미를 짖궂게 괴롭히고 있었다.
혜미의 얼굴이 통증으로…약간 찌푸려진다.
“하지만….하지만….”
혜미가 생각하고 있었다.
“후회하지 않아….
결과는 이렇게 되었다 할지라도….
잘한거야….
잘한거라고 생각해….
그렇게…그렇게 이야기를 했었어야만 했어….
전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더 힘이 들고…
더 어렵다 해도….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두려워해선 안돼….
두려워하면 안되는거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안되었어.
어차피…
어차피 쉬울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야...
쓸데 없는 희망따위는…
터무니 없는 바람따위는…
갖고있지 않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어…
현실에서 생각하자…
현실에서 방법을 찾자…
무슨 수를 쓰서라도…
끝내는....
그래, 끝내는 이겨낼 수 있을거야…
희망이 있잖아…
희망이 있는 한…
처음 결심대로…
희망의 끝을 꽉 잡고 놓지말자…”
혜미가 속으로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다짐하고 있었다….
“결정은 네가 해라.”
순간 뇌리에 그 날의 재성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네가 결정할 수 있어.”
재성이 내게 그렇게 말해 주었다….
“오빠….”
재성의 얼굴을 떠올려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입 밖으로 오빠라는 단어가 흘러나오자,
간호사가 고개를 돌려 혜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있는 혜미에서....
흘러내리는 한줄기 맑은 눈물이 간호사의 눈에 들어왔다.
“많이 아프세요?”
간호사가 황급히 물었다.
혜미가 눈을 감고 누운 채로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혜미의 생각이 머리 속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오빠…
내가 선택하는 거야….
오빠 말처럼….
오빠가 내게 들려준 것처럼….
오빠가 내게 그렇게…..
용기를 북돋워 준 것처럼….
내가 결정할 수 있어….
그래요….
나 어젯밤…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후회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용기를 낼거야….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나 두려워도...
나 무서워도...
예전처럼 그렇게 웅크리고 있지 않을께요...
이젠 알아요...
웅크리고 있기만 해선 안된다는걸....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걸...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가 없다는걸...
나도…나도...
남들처럼...평범한 여자가 될 수 있을거야...
꼭…꼭…반드시 그렇게….
고마워 오빠…
우리 반드시…
반드시 잘 될거야…
반드시 잘 될거야..
나 혼자만...나 혼자만 힘겹게....
혼자서만 애쓰진 않을께...
오빠가...도와줘요....
오빠가...같이 나눠줘요...
수고스럽더라도....
그럼 나도...더 큰 용기 낼수 있을테니...
사랑해요…오빠…
사랑해…
사랑합니다…당신.”
눈을 감고 누운 채로 눈물 한줄기를 흘리고 있는 혜미의 얼굴….
그 위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 한조각이 덧붙여진다….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포근하기만 하다…
간호사가 그런 혜미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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