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서른즈음 어느날 - 1부

야동친구 1,626 2018.07.05 11:27
“그래 오늘 밤에 볼까?”
시간이 좀 늦어져 가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온 연락을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마침 내일은 토요일, 간만에 시원한 밤 바람도 쐴 겸 집을 나서기로 했다.
그녀와 처음 만난 건 몇 주 전이었다. 유부녀인 그녀를 친구들틈에서 만난 우리는 간단히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가, 내가 우연히 그녀가 사는 동네에 갈 일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연락해 본게 어쩌다가 술한잔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간단히 맥주를 주고 받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그녀가 불쑥 꺼낸말.
“어디서.. 많이 본듯 하네요? 우리 어디서 봤던 가요? “ 그녀의 나에 대한 첫인상 이었다.
많이 본듯하다.. 익숙하다…
속으로 피식 웃었다. 내가 만나왔던 여자들은 어딘가 조금씩 나와 닮았었다. 생긴게 아니라면 생각이나 조그만 버릇 하나라도, 그런 것들이 그 여자들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고, 그런 계기들이 항상 무언가 단초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익숙하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우린 또 뭔가가 닮았겠지,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서 본것이겠지..
많이 본듯하다.. 익숙하다…..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혼한지 2년쯤 지난 아직 아이가 없는 나와 동갑내기인 20대 후반의 유부녀였다.
결혼 생활은 순탄했고, 남편도 착했으며, 그녀는 남편이 첫 남자인 요즘 사람답지 않은 여자였다 (물론 이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다만, 한창 잘 놀던 20대의 기분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서, 친구들과 술마시는 것을 좋아했고,
가끔씩은 클럽에도 가야 했으며, 또 가끔씩은 클럽에서 낯선 남자도 만나 낯선 남자의 손을 허리에 감고 춤을 추는 스릴도 느껴야 했다.
다만, 아메리칸 뷰티에서 나오던 그 잘나가던 여고생처럼, 누구나 다 “저 애는 여러 사람과 자봤을꺼야..”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도 안 건드려본 것 처럼.
정작 마지막 중요한 순간에,
그녀의 허리와 힙을 마음껏 농락하던 낯선 남자가 한껏 달아올라서는
이젠 나가서 이차나 가자고 하는 순간에 클럽을 살짝 빠져 나와서 택시타고 집에 가버리는, 그런 여인이었다.
아마도 남편도 그런 그녀를 알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처녀였던 그녀가 기특해서 나가서 무얼하고 놀더라도 심각한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를 믿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길가에는 비가 살짝 내리고 있었다.
저쪽에서 치마를 휘날리며 서있는 여인에게 눈이 간다. 저 사람인가? 휴대폰을 한번 울려 본다.
받는군. 차를 길가에 새우고 그녀를 태웠다.
“미안, 조금 늦었지? “
“ㅋㅋ 응. 알긴 아는군?”
한번 씩 웃어주고, 거칠게 핸들을 한번 꺽어준다.
마치 내가 늦은게 아니라 차가 늦었다는 듯이
“어디로 갈래? 술한잔 할까?”
“아니.. 나 이미 한잔 했어~~” 하얀 치마를 살짝 들추면서 다리를 꼰다. 그러고 보니 술냄새가 살짝 나는군.
“ㅋㅋ 바쁘시군. 나는 이차인가? “
“응~~ 불러줘서 고맙지? 우리 노래방이나 가자”
“너 저번에 우리 술먹으면서 이야기 한거 생각안나? 유부녀가 자꾸 총각 불러내서 놀자고 그러면 확 덥쳐 버린다고.. 생각안나?”
“ㅋㅋ 그만 웃기고, 저쪽에 노래방 있나 찾아봐”
나는 조금 툴툴거리면서 살짝 치마를 벗어난 하얀 허벅지를 감상하며 골목길로 차를 몰았다.
그녀는 다리가 예술 이었다. 165 정도 되는 키에 모델 같은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모델보다 키가 좀 작아서 모델깜은 아니었겠지만, 나에겐 모델로 보이기에 충분한 다리였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짧은 치마는 안 입었지만,주로 하늘 거리는 무릎위까지 오는 치마를 즐겨 입었었다.
난 스타킹으로 마무리가 된 다리를 더 선호하긴 했지만, 화창한 날에 바람에 휘날려 살짝 씩 보이는 그녀의 하얀 허벅지는 괜시리 나의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게 만들곤 했다.
간만에 노래방을 찾으려니 잘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곳도 아니고,
조금 헤매다가 겨우 노래방 간판을 하나 발견하고 차를 새워 두고는 빗속을 뛰어서 함께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좁은 통로를 따라 2층에 있는 노래방으로 함께 올라가는데 간간히 어깨가 부딫힌다. 그럴 때마다 출렁이는 그녀. 차안에서는 잘 몰랐는데, 나와서 보니 조금 취한게 보였다.
많이 마셨나보군…
취하셨으면 서방님이 기다리시는 집으로 얼릉 갈 것이지 왜 나에게 전화한거야?
음.. 술마시다가 무슨 생각이 동하기라도 하셨나?
ㅋㅋ 음흉한 생각이 머리속을 휘젓는다.
술마시고 바로 들어가면 집에서 혼날 테니까. 노래나 부르면서 좀 취기를 깨고 가기로 한 것 같았다. 뭐 자기 친구들하고 계속 있으면, 또 술마시러 이차 갔을 테니까 말이다.
“아줌마 방하나 주세요”
노래방에 갔더니만, 중년 여인 서넛이서 잡담중이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중년 부부가 많이 찾을듯한 노래방이다. 이런 곳에서 분위기 잡기는 힘들겠군.
아줌마가 출입구 바로 옆방을 권해 준다.
약간 흔들리는 그녀를 허리에 손을 넣어 잡고선 방으로 안내한다.
별로 싫은 내색은 안한다.~~~
옆구리 살을 살짝 쥐어본다. 부드러운 천 밑으로 전해져 오는 감촉이 새롭다.
힘을 주니 나에게로 살짝 기대어 온다..
“왜그래~~ 손에서 힘빼~~” 장난 스럽게 웃으며 쳐다보는 그녀.
손에서 살짝 힘을 빼지만, 손을 빼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너 좀 취했다~~ 유부녀가 이러고 다녀도 되는거야?” (물론 이러고 다녀도 되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장난을 쳐본다.
자리에 앉으라고 권해주고 손을 허리에서 빼면서 살짝 가슴 옆부분을 스치듯이 만져본다.
취해서 인지 아무 반응이 없다. 아니면 의식하고 있을지도..
음.. 오늘 잘하면~~~ 잘하면 되겠는걸? 뭐가? ㅋㅋㅋ
어랍쇼? 그런데 노래방 기계가 작동을 안한다.
이런 된장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다른 방은 없덴다.
“딴데로 가자~” 약간 코먹은 목소리로 그녀가 말하며 나에게 기대어 왔다.
취하긴 했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노래방을 나왔다.
내가 잘 모르는 동네.
더 이상 가까운 노래방은 보이지 않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술취한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대있고,
당연히도, 정말 당연히도, 저만치에 모텔 간판이 깜빡이고 있다.
가슴이 뛴다........
항상 그렇다. 나이가 들고, 계절이 바뀌고, 삶이 무뎌져 가더라도,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그리고 이 상황은 항상 나를 가슴뛰게 만든다.
그렇지만 들켜선 안된다.
취한 그녀를 차에 태우고
천연덕스럽게 말을 건다.
“야 이시간에 또 다른 노래방을 어디서 찾냐? 너 술깰려고 그러는거면, 우리 차라리 다른데 가자 내가 좋은데 알려주께”
“좋은데 어디? 너 이상한 생각하고 있지? 순직한 총각이 쓸데 없는 생각하면 안돼~~~!”
무슨 이상한 생각?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너도 이미 알고 있구나? ㅋㅋ
이미 우리는 8부능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너나 쓸데 없는 생각 말아라”
천천히 차를 모텔로 몰아갔다.
서두를 필요 없다. 지금이 가장 재밌는 시간이다. 아니 앞으로 한두시간이 가장 나의 본능을 일깨울 시간일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난, 우리는 또 정신을 차리고 무엇에 쫓기듯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서두를 것 없다. 누군가 말했듯 밤은 길고(난 정말 이 말이 맘에 든다). 우리는 젊다.
서두를 것 없다. 환상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