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부부의 선택 1부

소라바다 10,321 2019.01.18 18:23
벌써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결혼 생활 10년이 훌쩍 넘었던 그 시기에 처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어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믿고 사랑해 온지 3년, 많은 오해와 불신 속에서 순간순간의 고비를 넘기며 이해와 대화로 넘어온 시간들.살아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고 앞으로도 겪게 되겠지만 어떤 댓가를 지불하고도 얻을 수 없었던 그 경험들에 의해 때로는 좌절과 절망, 배신감을 때로는 흥분과 희열, 믿음을 주고 받으며 우리 부부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우리 부부가 선택한 길로 삶의 방향이 바뀌겠지만, 먼 훗날 돌이켜 봤을 때 부디 후회없는 길이었으면 하느 바램이고, 지금 밟고 가고 있는 이 길이 옳은 지 그른 지 하는 문제보다는 그 끝이 어디고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가 궁금할 뿐이다.선택은 우리가 하고 그 결과도 우리의 것, 큰 후회없길만 바랄 뿐.우연한 기회에 야설이니 3s, 폰섹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문화에 의한 충격 때문에 처음에는 부부가 다투던 적도 있었다.상상속에서의 생각들이야 직접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 그저 상대방도 그런 생각들을 하겠지라고 막연하게 추측만 할 뿐이다.부부 사이에 있었서도 대개 아내가 다른 남자를 유혹하거나 관계를 맺는 장면을 그려 보며 흥분을 느끼는 남편들이 많지 않을까?나 또한 그러했고 그런 이유로 아내에게 야설을 읽히면서 몇 번의 폰섹을 시도하게 되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통화하는 남자들이 하는 내용들이 거의 비슷한 것들이다 보니 곧 포기하고 말았다.병에 대한 처방도 같은 약을 계속 사용하다보면 면역이 생기게 되 똑 같은 양으로는 치유가 될 수 없는 것, 결국 폰섹을 통해 알게 되었던 남자와 만나면서 우리 부부의 새로운 경험은 시작된 것이었다. 부산 대연동에 산다는 그 남자와 두 번의 통화는 이렇게 끝이났다.그 후 거의 반 년 이 지나도록 폰섹을 즐기지는 않았다.간혹 다른 남자들과 통화를 하게 되면 대부분의 남자들이 비슷한 내용들ㅡ 지금 어디에 있냐, 무슨 옷을 입고 있느냐, 손가락을 너 봐라 등등 ㅡ 이었기에 나나 아내나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것이었다.그러나 그 때의 경험들이 잠자리에서 자극제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아내도 가끔씩 그 때를 생각하며 절정을 맛 볼 때도 있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아내는 자위를 하면서 나에게 자극적인 얘기들을 말해 달라고 하곤 했는데, 그 때의 느낌을 말해 주면 금방 절정을 느끼는 것이었다.이러면서 아내는 전과 달리 성생활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변해갔고, 그런 상상들을 하는 것을 즐기게 된 것이었다.그렇게 시간이 흘로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말 쯤, 그 카페를 방문한 나는 그 남자의 흔적을 보게 되었는데, 경험란에 아내와의 일들을 올려 놓았던 것이었다.처음에는 그저 그렇고 그런 얘기들처럼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었으나 문득 그 내용들이 과장되긴 했었도 분명히 아내와의 일임을 알 수 있었다.두 번에 걸친 통화, 유부녀가 스스로 전화를 했었고 그녀의 성생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맛 보게 해 주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서로가 뜨거운 절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끝에 가서는 그 때 그 뜨거웠던 순간을 함께 했었던 대구에 사신다던 그 누님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었다.나는 잠깐동안 그 순간들을 떠 올렸다.괘락에 젖어 옴 몸을 꿈틀대던 아내, 나를 그 사내로 생각하고 사내가 말하는 대로 따라하던 장면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던 신음소리들...결국은 우리 부부와 그 남자 셋이서 함께 느꼈었던 그 기분.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그 모습들이 떠 오르며 한 순간 나는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들었다.'한 번 만나고 싶다' 라는 사내의 말이 자꾸 떠 오르면서 아내의 생각도 궁금해지는 것이었다.만나서 뭘 어떻게 할 것인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단지 만나자는 그 말에 대한 아내의 반응이 궁금 했던 것이었다.아내에게 어떻게 이 글을 읽게 할 것인가를 한 참 고민했는데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아내는 오랫동안 절정을 느끼고 싶었는지 얘기를 해 달라고 조르는 것이엇다.나는 슬며시 그 때의 일을 꺼냈다. "여보, 얘기 좀 해 줘. 응?" "무슨 얘기?" "있잖아, 알면서..." "음... 어느 날, 당신을 사모하던 남자가..." 이렇게 우리 부부의 섹스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아내와 나는 한 몸이 되어 곧 절정을 느끼고는 만족하게 누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좋았어?" "응, 당신은?" "나두" "고마워 여보, 얘기 해 줘서." "으...응, 그런데 여보, 당신 우리 첫 폰섹하던 사람 생각 나?" "누구... 아... 부산산다는 동욱이라던..." "그래 맞아. 아마 장 동욱이라고 했었지." "근데 갑자기 그 사람은 왜?" "응 그냥..." 잠시 침묵이 흘렀다.아내는 그 사내를 생각하고 있는 지 천정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다음 얘기를 어떻게 꺼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좋았었지?" "으...응, 그렇지 뭐..." "오랜만에 전화 한 번 해 볼까?" "전화는 뭐 하러. 이제 그 사람과는 안 하기로 했잖아." "그래도 그 사람이 제일 낫었는데, 그지?" "으...응, 처음으로 폰섹했던 사람이니깐 아무래도 기억에 남지. 다른 남자들 보다 깔끔했었고..." "얼마전에 그 카페에 방문했었는데 그 남자가 있더라." "뭐, 어디에, 뭐하러?" 아내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다급하게 물어오는 것이었다. "응, 왜 경험담 적는 곳 있잖아, 거기에 당신과의 그 때 일을 적어 놨더라고." "그래, 뭐라고 썼던데?" "그냥 그 때 있었던 일들이지 뭐. 뜨거웠던 유부녀와... 이런 내용들이었어. 조금 과장되긴 했었도." "으...음, 그렇구나." "왜, 당신도 한 번 볼래?" "아...니 됐어. 다음에..." 그 날은 그렇게 끝을 맺고 우리 부부는 잠자리에 들었다.몇 일이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밖에서 외식을 하고 들어 와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아이들은 자기들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우리는 TV를 보면서 시원한 맥주를 한 잔 씩 하고 있었다.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서로를 애무를 하다가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피곤해 곧 잠이 들었다.새벽에 갈증을 느껴 깨어나 물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데, 아내도 잠이 깼는지 주방으로 나왔다.식탁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방으로 왔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그냥 침대에 누워 있는데,  "여보, 저번에 얘기했던 그 사람 있잖아." "누구?" "왜 동욱이라는..." "으응, 그 사람. 그 사람은 갑자기 왜?" "그 사람이 쓴 그 글이 아직도 있을까?" "모르지 그건. 그 후론 들어 가 보지 않았으니깐." "그..럼 지금 잠도 오지 않는 데, 한 번 봐도 될까?" 아내는 그 동안 쭉 생각을 해 왔는지 서슴없이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이 사람 보게. 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고, 갑자기 왜 이래' 라고 생각하면서 "어 그래, 애들도 자니깐 한 번 볼까." 거기에는 아직 그 글이 남아 있었고 그것을 읽는 아내의 눈길에는 뜨거움이 가득 차 있는 것 처럼 보였다.다 읽고 난 뒤, 아내는 한 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니 긴 한숨을 내 쉬는 것이었다.아마 그 당시가 생각이 났을 것이다. "여보 어때, 읽은 소감이" 약간 놀리 듯이 내가 묻자  "으...응, 좀 그러네. 그런데 이 사람도 많이 느꼈나 봐. 이런 글까지 쓴 것을 보니..." "거기에 있잖아, 끝내주는 유부녀였다고. 그런데 내가 옆에서 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어떻까?" "깜짝 놀라겠지 뭐. 여보, 그런데 정말 만나고 싶어 글을 썼을까? 장난이겠지?" "그건 모르지. 당신이 너무 잘 해 줘서 꼭 만나고 싶다 했으니까." "피이..." "한 번 연락 해 볼까?" "이이가 미쳤어." 컴퓨터를 끄고 방에 돌아 와 누우니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이리저리 뒤척이는 것이었다.그렇게 그 날은 서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   벌써 12월이 되었다.한 해를 마무리 한다고 다들 바쁘고 아이들은 방학 계획을 세운다고 정신이 없다.아내도 친구들과 모임 때문에 바쁘고 나만 괜히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것 같아 그 카페를 방문해 봤다.그 남자의 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봐도 재미가 있었다.바로 내 아내의 일이었기에. 그러다가 문득 '한 번 연락을 해볼 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내가 허락하지는 않았지만 모르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오래 전 일이라 쪽지를 보내도 그 남자가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선이를 아세요.' 라는 간단한 메모를 보냈고 그 날은 연락이 오지를 않았다.이틀이 지난 뒤, 쪽지가 와 있었다.'누구세요, 혹시 누님?' 나는 몇 일을 두고 망설였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연락을 해야 되나, 나를 밝혀야 하나 등등으로...또 하나 근본적으로 무엇 때문에 내가 이러는가 하는 문제가 제일 마음에 걸렸다.아내 모르게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국은 쪽지를 보내고 말았는데,'현선이 남편입니다. 아내에게서 대충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내가 굉장히 좋아해서 한 번 만나고 싶다.' 등의 내용이었다.사내는 부담이 되었는지 연락이 없었고, 그제서야 나는 아내에게 얘기를 했다.처음에는 뭐 때문에 연락을 했느냐고 화를 내던 아내도 차츰 분을 가라 앉히고 우리는 서로 대화를 했다.'얼마 남지 않은 올 해를 재미있게 보내고 싶었다.당신도 가끔씩 야한 얘기를 원하면서 그 내용처럼 해 보고 싶다고 했었고, 나도 적당한 선에서 조절이 된다면 한 번 해 보고 싶다.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와 소프트한 3s를 한다면 새로운 자극이 되지 않겠는가' 등등... 처음에는 큰 반발을 하던 아내도 다음에 생각하자며 그 날은 그렇게 끝났다.며칠 후, 아이들의 방학이 가까워지자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외가집에 보내기로 하고 가족이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었다.이브 날, 쇼핑을 하고 들어 왔는 데 아이들은 피곤해서 자고 식탁에서 와인을 가볍게 한 잔 씩 하며 얘기를 하게 되었다.밖에서 외식을 하면서 마신 술과 와인으로 인해 아내는 자기 주량을 넘은 상태, 약간은 취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내는 말이 많아졌다.대충 치우고 자리에 누웠는데,  "여보, 저 번 그 남자 있잖아..." "누구?" "으...응, 동욱씨..." "응, 그 사람. 그 사람은 갑자기 왜?" "그 뒤에 연락 해 봤어?" "아니" "..." 분위기가 이상하게 되어 가고 있었다.뜬금없이 아내가 그 남자에 대해 물어던 것을 보면 그 동안 쭉 생각을 했었던 모양이었다.아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해졌다. "왜, 당신 한 번 만나고 싶어?" "으...응, 그냥..." 아내는 술에 취해 가쁘게 호흡을 하면서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눈을 깜빡거리며 허공만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지 말고 시원하게 말해 봐." "으...음 , 그 사람이 적은 글을 보니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만나면 뭐하지?" "그건 나도 몰라. 생각해 봐야지. 연락해 볼까?" "..." "당신이 허락을 해야지 내 마음이 놓이지." "몰라. 당신이 알아서 해." 그리고는 아내는 이불을 끌어 덮고는 자는 지, 아니면 자는 척 하는 지 이내 숨소리가 조용해 졌다.곰곰이 생각해 봤다.비록 술의 힘을 빌어 얘기를 했지만 분명 아내는 만남 그 이후의 일들을 생각했으리라.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승낙을 한 것은 새로운 뭔가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겠는가. 나는 한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새 해가 밝았다.항상 그렇듯이 새로운 계획을 세워 열심히 뭔가를 해 볼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충만한 시기. 나 역시도 회사에서 좀 더 인정 받고 가정이 화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1월이 다 가는 어느 날, 회사에서 하루 일을 정리하다가 한 달 전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었다.그 동안 바쁜 이유도 있었지만 애써 기억을 하지 않았었던 얘기, 전화를 할 까, 말 까 망설이다 걸고 말았다. "여보세요" "예, 장 동욱입니더." "예, 저... 실례합니다만 대구입니다." "누구..." "예, 처음입니다만 현선이 아시죠, 남편되는 사람입니다." "..." "여보세요, 별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한 번 했습니다." "예... 우짠일로..." "그게... 저, 한 번 뵙고 싶었서요. 동욱씨 글을 읽었는데, 동욱씨도 우리 현선이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누님은예?" "와이프도 허락했어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매개체는 아내인데 당사자는 없고 남자들끼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시간이 되시면 다음 주말에 제가 한 번 내려 갈께요, 어떻습니까?" "아...예, 생각할 시간을 좀 주이소. 마,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예, 그럼 생각해 보세요. 다음 주 월요일 전화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야, 그럼..." 막상 통화가 끝나고 나니 막막했다.집에 돌아와서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다.그렇게 월요일이 되었고, 저녁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전화를 해서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날 것을 정하고 나니 걱정이 되었다.자, 이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아내에게도 얘기를 해야 하는데...며칠을 혼자 끙끙 앓다가 목요일 저녁 아내에게 말을 했다. "당신, 선물 하나 줄까?" "어? 뭔데?" "받을래, 안 받을래" "선물인데 당연히 받았야지." "음, 모레 부산에 내려 갔다 올께." "부산? 왜, 출장이야?" "이 사람아, 토요일에 무슨 출장이야." "그러네. 그럼 왜?" "응, 누가 당신이 보고 싶다고 해서" "누가? 거짓말 하지 말고." "으...음, 장 동욱이라는 사람." "뭐?" 아내는 깜짝 놀랬다.갑자기 내가 그 사람 이름을 꺼낸것도, 부산에 만나러 간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당신이 왜?" '응, 어쩌다가 그 사람이랑 연락이 됐는데 토요일에 만나제. 그래서..." "그래도 그렇지. 뭐 하러 만나." "몰라. 그 사람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하고 당신도 작년에 허락했잖아." "내가 언제 그ㅤㄹㅐㅎ어" "왜 크리스마스 이브 날, 기억 안나?"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생각하는 눈치였다.아마 술에 취해었기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장난으로 그랬겠지. 당신 진짜인 줄 알았어?" "응, 당신이 먼저 말을 꺼냈고 나중에는 좋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 "만나서 뭐라 할 건데" "글쎄..." 침묵이 흐르면서 각자 머리속에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만나는 목적을 우린 다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둘 다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미안해. 미리 말 하지 않아서." "..." 나는 아내를 꼭 껴 안았다.아내는 숨을 몰아 쉬며 말이 없었다.무슨 말을 하랴. 설령 아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고 해도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나도 모르겠어.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 "여보, 가지 말까? 당신이 가지 마라면 안 갈께." "..." "당신이 원하지 않으면 갈 필요가 없잖아." "여보, 당신 겁나지 않아? 지금까지는 전화로 통화했지만 이건 직접 만나는 것이잖아, 응?" "그래, 사실 나도 두려워. 하지만 만나서 약속한 것들만 지킨다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한데..." "나는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어째든 당신 생각이 제일 중요하니깐 한 번 생각해 봐. 알았지." 우리 부부는 두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다음 날 저녁, 내일 만나러 가야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간, 나는 아내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여보, 그러면 일단 당신이 만나 보고 결정하자.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야 하잖아, 응?" "그래, 내일 내가 만나보고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거야." 아내도 관심은 있으리라. 비록 남편과 함께라지만 다른 남자를 만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분이 될 테니까.다음 날, 동대구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부산으로 향했다.   약속 시간은 5시. 남포동에서 모회사 대리점을 한다고 했다.아직 시간이 남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국제시장 쪽으로 걸어 갔다.이 것 저 것 구경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약속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전화를 하고 근처에 장소를 정하고 만나기로 했다.시간이 되어 2층 약속 장소로 올라가니 몇 명이 앉아 있었지만, 남자 혼자 온 사람은 없었다.자리를 정하고 담배를 한 대 피워 무는데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섰다.건장한 모습, 느낌으로 동욱이라는 남자 같았다.그 남자도 곧 장 나에게로 다가 왔다. "저... 대구에서 오신..." "예, 반갑습니다.앉으시죠." 잠시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마, 많이 기다리신 거 아닙니꺼?" "아...예, 오랜만에 부산 구경 잘 했습니다.바쁘신데 괜찮겠습니까?" "하모요, 직원에게 맡겨 놓고 나와 괜안십니더." 어정쩡한 분위기에서도 두 사람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마, 누님이라고 해도 되겠십니꺼?" "예, 좋으실데로 하세요." "그라모, 누님도 허락행깁니꺼?" "물론이지요." "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마, 그 동안은 전화로만 해서..." "저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그래서 동욱씨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구요." "하모, 지가 우짜면 되겠십니꺼." "일단 오늘 만났으니까 서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전화고 연락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라모, 그렇게 하입시더." 대구로 올라 오는 데 정신이 없었다.막상 저녁 시간에 아내랑 얘기할려니까 도저히 그냥은 하기 힘들어, 근처 호프집으로 갔다.얘기를 꺼내려고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긴다는 생각도 들고, 또 아내가 너무 흥분해 이성을 잃으면 어쩌나 라는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그러나 일은 벌써 벌어졌고, 아내도 말은 없었지만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힐끔 힐끔 쳐다보며 뭔가를 얘기하고픈 표정이었다. "사람은 좋아 보였어." "으...응, 그래" "통화 할 때 처럼 미혼이고. 자기 소개를 182에 75라 했었지?" "그런 거 같은데..." "건장하고 , 속이지는 않은 것 같아." "..." 이제부터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된다는 생각에 그 동안 항상 생각해 왔던 것이자만 마음속에 갈등이 생긴다.앞으로는 매 순간마다 잘 선택해야 하고, 이성과 감정의 고비를 맞이 할 때마다 어떤 쪽을 따라갈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그 결정들이 앞으로의 우리 부부에게 큰 변화를 주리라는 것을 두 사람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겉만 맴돌고 있었다. "그 사람은 뭐래. 같이 만나는 거를?" "응, 자기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데." "그래... 당신 이제 어쩔건데?" 대답하기가 두려웠다.약속은 했고 아내와 결정을 하고 연락해 주기로 했는데... "글쎄... 솔직히 모르겠어. 나도." "..." "남자는 우리가 결정하는 데로 따르겠데." "연락해야 할 거 아니야. 그럼 결정을 해야 할 거고..." "우리 참 이상하지 않아.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 잘 못 될까 두렵기도 하고 더 나이 들기 전에 한 번 해 보고 싶기도 하고..." "여보, 나도 그래 . 솔직히 전화는 모르겠는데 만난다는 것은 사실 좀 불안해." "당신, 만나보고 싶지는 않아?" "으...응,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는 해. 하지만..." "우리 이렇지 말고 진짜 솔직하게 얘기하자. 만나서 술 한 잔 하고 같이 노래방에서 조금 놀다 올 건데, 당신 생각은?" "글쎄... 그렇게만 한다면야 좋지만..." 아내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집에 돌아와서도 서로 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정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며칠이 지나도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주가 금방 지나갔다.개학을 해서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이르기는 해도 계절은 조금씩 봄 기운을 나타내고 있었다.이렇게 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ㅇ ㅇ 대리점 장 동욱입니더." "예, 저 여기 대구입니다. 연락 늦어 미안합니다." "아... 아닙니더." "다음 주 토요일 저녁, 괜찮겠습니까?" "다음 주예.... 으...음, 마, 별다른 약속은 없지만..." "그럼, 그 날 간단히 저녁이나 하고 노래방에서 놀다가 헤어지죠, 뭐." "지는 괜안십니더만도 그 쪽이... , 그라면 누님도 결정하신 거네예?" "당연하죠. 그럼 다음 주 금요일에 한 번 더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단 일을 저지르고 봤다.다음 주에 아이들 봄 방학이니까 그 때 아이들을 외가집에 보내고 우리는 일요일에 올라오면 될 것 같았다.저녁에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다음 주 토요일에 만나지고 했어." "..." 의외로 아내는 별 반응이 없었다.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저녁을 같이 하고 노래방에서 놀다가 우리만 자고 오자." "얘들은?" "응, 애들은 외가집에 하루 보내지 뭐." "그래, 그럼." 너무 싱겁게 얘기가 진행되었다.아내는 더 이상 묻지도 않았고 , 나는 머쓱한 기분에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자리에 누웠다.기분이 나빠서인지 아닌면 될 때로 되라는 것인지 아내의 반응이 너무 의아했다.하루 전 금요일 저녁, 아내와 마지막으로 내일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여보, 내일 저녁 6시에 만나기로 했어." "..." "당신 왜 그래?" "으...응, 모르겠어. 그냥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