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펌] 변해가는 아내(지혜) #1

소라바다 16,407 2019.03.14 06:01
매우 더운 여름날이다. 온도는 극도로 올라간 상태에서 나는 한 아파트 단지 중 앞으로 살게 될 건물 앞에 서있다. 지금 내 앞에 몇 명의 이삿짐 센터 직원들이 물건들을 기계로 옮기고 있다. 이삿짐 옮기는 것도 중노동이지만 지금 날씨마저 이 모양이라서 모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힘들게 작업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나는 나무그늘 아래에 있지만, 나조차도 몸이 더워 졌다.
 
나는 얼마 전에 서울에 있던 본사에서 직장을 옮겨 지방 지점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것을 이유로 당연하게 집을 옮겨야 했고, 그것에 관해서 나는 아내와 집문서, 버릴 물건과 가지고 갈 물건을 골라내는 등을 요 몇 일간 몇 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그렇게 이사날 직전까지 계속된 정리를 우리는 끝내놨고,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홀가분하게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차 키 좀 줘, 내가 차 안에다가 옮겨놨는지, 지금 올리는 짐에 있는지 찾아볼 물건이 있어.”
 
아내는 그렇게 나에게 차 키를 받아가서 총총 걸음으로 차를 향해 걸어 가고 있다.
 
나의 아내 지혜. 나와 동갑인 30살이다. 우리는 대학동창으로서 처음 만났고, 어쩌면 그저 대학동창이라는 아주 미세한 인연으로만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며 잊혀 져갈 존재로 그 만남을 끝낼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신입생환영회 때부터 신학기가 지난 이후까지 소심한 나에게 그녀는 친절히 대해줬고, 나와 잘 지냈다. 그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나는 그녀에게 호감을 품게 되었다. 물론, 그 마음을 내비칠 때까지 나의 내성적 성격이 긴 장애물이 되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졸업을 듯 했으나, 나는 4학년 1학기 종강파티 때 용기 내어 그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을 하였다. 아내가 받아줄지 너무 걱정하였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나의 진심어린 고백을 기쁘게 받아주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달콤한 연인관계를 지속하면서 서로 직장을 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우리는 별다른 분란 없이 장기간 연애를 지속하던 중에 결혼에 골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나이는 29살. 그 뒤 얼마간 서로 맞벌이 부부로서 계속 지내왔지만, 나는 이번에 지방으로 발령된 계기로 아내가 집에서 집안일과 나중에 생길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힘을 써줄 것을 요청했었고, 아내는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직급도 높아졌고, 한명의 수입만으로도 우리 가정을 꾸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아이는 아무래도 한명이 딱 붙어서 키워야 괜찮을 거라는 나의 생각이 이유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직장생활을 끝내고 답답할 것 같을 아내를 생각하자니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적응이 되고 아이도 가진다면 육아와 집안일에 신경을 쓰게 되어서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음… 목걸이를 이삿짐 안에 놨던가, 아니면 이 상자박스에 놨던가… 한번 봐야겠어.”
 
아내는 우리가 작은 물건들만 정리한 박스를 가져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상자 박스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너무 더운 여름. 더운 날씨가 반영하듯이 나의 옷차림은 말할 것도 없이 반바지에 티하나 달랑 걸친 상태고 아내도 단발머리에 짧은 핫팬츠와 몸에 붙는 티셔츠의 수수한 차림으로 있었다. 단순한 옷차림이지만 아내는 사실 처녀 때부터 아름다운 몸매로 대학교 과 내에서도 유명했었다. 아내는 아담한 체형이면서도 몸매가 은근히 좋았는데, 지금 보면서도 아내의 짧은 옷차림은 충분히 다른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남편으로 아내가 지금도 매력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불안한 유부남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이런 차림의 아내를 바로 앞에서 잠시 보고 있자니 바지 안에 있는 내 물건도 불쑥뿔쑥 고개를 들려고 했다. 이렇게 계속 있다간 이상한 꼴만 보일 것 같아서 나는 위층에 올라가서 정리가 얼마나 되었는지 구경이나 할 생각을 가졌다.
 
“지금 이삿짐 아저씨들 거의 다 물건도 올렸고 위에서 정리하는 것 같으니까, 일단 잠깐 보고 올께”
 
나는 아내에게 이 말을 남겨두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올라가면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에 집을 알아보는 기간 중에 몇 번 본적이 있지만, 앞으로 살게 될 우리집. 지금 있어야 할 물건이 다 있을 때는 어떻게 보일지 굉장히 궁금했다.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고, 13층에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문이 열리자 마자 바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우리의 새 보금자리가 될 곳으로 들어가보니 이삿짐 직원들이 물건을 위치에 맞추고 옮겨두고 있었다. 그런 직원들 사이로 이리저리 방마다 둘러보며 구경해 보니까 텅 비었던 이전에 모습보다는 집이 꽤 그럴듯하게 보였다.
 
당시 이 집을 구매할 때, 지방이라 좀 더 가격이 다운된 것도 이유가 있고, 부동산 아저씨의 강력한 추천. 그리고 나중에 3식구가 되었을 때를 고려해서 나는 좀더 욕심을 내고 큰 평수로 계약했다. 그것에 대한 나의 선택이 맞았는지, 지금은 왠지 더 마음에 들게 보인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정신차리고 직원들을 보니 물품들을 모두 옮겨두고 방바닥 청소를 대충 하고 있었다. 이 직원들을 돌려보내고 아내와 올라와서 다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집에서 나와 다시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대충 정리가 끝날 시각을 계산하면서, 그리고 허기가 졌으니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날씨도 더우니 근처에 냉면이나 먹어야 할 것 같다. 마침 이 근처에 유명한 냉면거리가 있으니 가봐야겠다. 나는 그렇게 약간 들뜬 기분으로 아파트 현관으로 밖을 향해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현관에 앞에 앉아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아내는 아직도 물건을 찾고 있는지, 상자를 뒤적뒤적 거리고 있었다. 문뜩 생각해보니 몇일 동안의 정리 중 막판에 나는 귀찮은 마음에 작은 장신구류들은 이 상자 안에다 쏟아 부었다. 그때 나의 귀차니즘에 아내에게 한 소리 들었는데, 지금 저 고생을 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그 일 가지고 아내는 분명히 나에게 뭐라고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심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물건을 찾고 있는 아내를 부르려는 찰라! 나는 아내와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한 남자가 아내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혜야. 뭘 그렇게 찾아? 거의 다 끝난 듯해. 올라가서 한번 보자.”
 
내가 외치며 지혜에게 걸어가자 고심한 표정의 아내는 나의 앞선 걱정과는 다르게 나를 방긋 웃으며 올려다 보았고, 아내를 바라보고 있던 그 이상한 남자도 깜짝 놀라면서 나를 봤다. 아마 자신이 하고 있던 짓을 나에게 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찔끔 거렸다.
 
아내에게 다가가면서 시선은 그 남자를 보았다. 가까이서 바라볼 필요도 없이 딱 봐도 머리는 이미 거의 다 벗겨져 있었고, 음울하게 달라붙어 있는 옆의 머리털들이 처량하게 붙어 있는, 그리고 배불뚝이 아저씨의 모습을 한 사내이다. 나는 이런 사내가 아내의 뒷모습을 훔쳐봤다는 것에서 약간의 화가 났다. 아내에게 다가가며 시선은 그 사람에게 약간 찌푸린 얼굴을 보였는데 아내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뒤를 돌아봤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아내는 뒤에 있던 그 남자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건냈다.
 
“이번에 xxx동 13층으로 이사오게 됐어요. 잘 부탁드려요.”
 
“예. 안녕하세요.. 전 이 아파트 동대표를 맞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잘 부탁드리기는요… 잘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아내의 갑작스런 인사에 약간 당황한 것 같았지만, 그 남자는 바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크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물론 내가 봤던 아까의 그 변태적인 인상 그대로 가진 그대로 이번에도 끈적한 눈빛으로 아내의 전신을 쑥 훑으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선 나에게는 잠깐 시선을 옮겨 힐끔 고개를 숙인 뒤 황급하게 자리를 떠나갔다.
뭔가 그 남자를 향해 한마디 하려는 순간에 아내는 말을 걸어 왔다.
 
“위에는 어때. 다 끝났어? 아무래도 귀걸이는 위에 올라간 박스에 있는 것 같아.”
 
“뒤에서 누가 널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물건만 찾고 있어? 하여간…”
 
“뭘 귀걸이 찾느라 그런걸 어떻게 신경써. 끝났어? 않끝났어? 여긴 너무 더워서 못있겠다.”
 
“대충 끝난 것 같아. 그 상자 나한테 줘. 일단 귀걸이는 올라가서 같이 찾아보자. 그리고 이 사람들 보내고, 우리끼리 대충 정리하고 냉면이나 먹으러 가자구.”
 
나는 아내가 가지고 있던 상자를 들었고, 그렇게 아내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잠시 나는 잊었지만, 역시나 아내는 잊지 않고 내가 장신구를 부었던 것을 엘리베이터에서 추궁했다. 13층에 올라가는 동안 아내의 따가운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렇게 긴 잔소리가 엘리베이터 열린 후에도 계속 되었는데 그래도 아내는 일단 집에 들어와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아내의 관심이 집으로 옮겨갔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아내가 새로운 집을 좋아하는 것에 더욱 기뻐졌다. 따지고 보면 처음 마련한 집에서 2년이 된 상태인 신혼 초에 이사를 한 것인데, 아내 입장에서는 약간 짜증날 법도 하지만, 아내가 긍정적으로 나의 사정을 이해해주어서 나는 매우 고맙게 생각했다.
 
그렇게 이삿짐 센터 직원들을 다 떠나 보내고, 우리 둘은 일단 외관과 당장 사용해야 되는 욕실과 안방 그리고 부엌을 청소하였다. 이 일을 마치고 내가 원했던 냉면을 먹으러 우리는 거리로 나와서 냉면거리으로 향했다. 지역명물답게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마침 배가 무척 고픈터라 사리도 한 개 더 추가시켜서 물냉면 한 그릇을 싹 비우고 우리는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아내와 나는 이날 나머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저녘까지 모두 완수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이 더운 날씨와 이사라는 두 가지 일에 나름 지쳐서 기진맥진 했지만, 우리 둘의 달콤한 섹스는 빠트리지 않고 했다. 그렇게 일을 끝마치고 천진난만하게 잠을 자고 있는 아내를 보면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이사 이후, 나는 전임자에게 받았던 인수인계 사항을 검토한 뒤 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미 서울에 있었던 부서에서 해왔단 작업이기도 했고, 일단, 인수받고 있는 중이라 작업분량도 얼마 없어서 한동안은 여유롭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원들과도 다행히도 빠르게 어울릴 수 있는 점도 나에게는 다행한 일이 였다. 이렇게 내가 직장의 일에 적응하고 있는 동안 아내의 주변환경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첫째로 아내는 저녁식사 중에 빠르게도 앞집, 아랫집 여기저기 살갑게 굴어서 패밀리를 만들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대부분 나이는 지혜보다 많았지만,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하며 그 여자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줬다. 아내가 즐겁게 그 아줌마들과 낮에 쇼핑하거나 서로 수다 떨었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에게는 여간 지루한 일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아내도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고 즐거운 점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나는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둘째는 아내가 어느날 아파트 통장을 하겠다고 나에게 이야기해왔다. 통장? 뭐 그런것도 있나? 아내에게 들어보니 이 xxx동하고 몇 동을 합쳐서 관리를 담당한다고 한다. 하는 일은 전단물 전달해주고 유인물도 주고, 보수로 돈도 조금 준다는데, 이 xxx동에는 관심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자기가 지원을 하면 딱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동안 잘 지내는 것 같아도 직장생활하던 사람이 집안에만 있으려 하니까 어지간히 답답했던 것 같다. 나는 그런 아내가 안스럽기도 했고, 아내 입장에서 보면 아는 사람도 많아져서 좋고, 아내도 뭔가는 할 일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나는 전적으로 찬성해주었다.
 
그렇게 몇일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퇴근하고 집으로 올라가던 중에 무심코 바라본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게시물에 지혜의 이름과 통장으로 되었다는 문서가 붙여져 있었다. 나는 당시 그 자리에서는 설마 될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귀찮은 아파트 일에 자청하고 나섰으니 바로 된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집에 들어오면서 아내에게 나름 축하의 인사를 건내며 아내를 꼭 껴안았다. 방안으로 들어가면서 아내는 내가 옷 벗는 것을 도와주며 내가 없는 동안의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뭐. 일단 뻔한 이야기들이지만 아내는 재잘재잘 잘도 이야기했다. 통장 일을 하러 갔는데, 자신이 알고 있던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이 지역 내에서의 공무원들이 시킨 일도 하고, 몇 가지 귀찮은 일이 있다고 푸념하였다. 나는 그러니까 이 동에 나서는 사람이 없는 이유가 이 일은 돈을 줘도 그만큼 귀찮다는 것이 이유라고 아내에게 말해주며 우리는 식사를 하였다.
 
그렇게 식사도 마치고, 아내와의 잠자리도 끝내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갑자기 이삿날 봤던 그 이상한 남자가 떠올랐다. 아내의 몸을 탐욕적으로 바라보고 있던 그 인간. 분명히 그때 아내에게 인사할 때 아파트 동대표라고 했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아내가 통장을 하면 그 사람과 마주친다는 소리 아닌가? 문뜩 그 사실을 들자 기분이 나빠졌다. 아내가 그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친하게 된다는 것이 좋지 않았다. 그 이상한 놈이 아내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그때는 깜박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이미 통장이 되었고, 내가 전적으로 찬성한 사항에 대해서 지금 와서 딴지를 걸자니 그것 모양세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거기에 여러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뭐 부딛혀 봤자 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단 안심은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아내를 바라보니 참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얼굴을 보며 심란해 졌다. 일단, 아내에게는 그 날 있었던 일을 얘기를 해서 그 이상한 남자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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