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펌] 변해가는 아내(지혜) #3

소라바다 11,577 2019.03.14 06:02
다음날, 일요일은 이상하게 눈이 일찍 떠졌다. 토요일 날 고생한 것에 비해 몸은 개운해서 다행이었다. 곤히 자고 있는 아내를 놔둔 채 잠시 서재로 쓰고 있는 방의 컴퓨터로 웹서핑을 즐겼다.
 
거의 점심이 돼서야 아내는 부스스 일어났다. 역시 술에 약한 아내. 숙취에 쩔어서 골골되는 모양이다.
 
“으... 밥 못먹었지. 빨리 해줄게”
 
아내는 머리가 아픈지 한껏 얼굴을 찡그리면서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자니, 잘 먹지도 못 하는걸 뭘 그렇게 마셔댔는지 모르겠다.
 
“어제 무슨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 적당히 사양해야지”
 
“으. 자꾸 사람들이 주길래. 넙죽넙죽 받아 먹다보니 취해버렸네... 그래도 술이 좀 쌔졌어. 옛날과는 사뭇 달랐다구.”
 
아내는 스스로를 대견해 하는 듯이 말했다. 물론, 나야 어이가 없어서 부엌으로 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아내가 부엌에서 요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이제 식사를 할 수 있겠구나! 마누라가 서방 내버려 두고 술 마시고 해가 중천이 되도록 퍼자서 아침까지 굶기게 하다니... 나 자신이 처량해 졌다.
 
“아 참. 우리 오늘 그 노래방 한번 가자. 어제 저녁만 먹고 다들 집에 가야된다고 해서 식사만 하고 나온거야. 우리 이사를 오고 한 번도 못 놀러갔는데, 잠깐 다녀오자. 응?”
 
아내도 내가 요즘 회사가 바쁜 걸 알고 있고, 토요일 날 잔업까지 하고 온 나를 신경을 쓰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뭐. 월요일이 걱정되지만, 일요일 하루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여름휴가를 한번 써야하는데, 이번 달은 매우 바빠서 감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업무적응 때문에 회사 일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런 점으로 아내를 신경을 못 써준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다. 요 근래 기간은 중요한 업무 때문이니 어쩔 수가 없고, 다음 달에는 꼭 같이 놀라가 줘야겠다.
 
“알았어. 일단 점심을 먹고, 집에서 좀 쉬다가 저녁때쯤 가보자. 아! 거기에 있는 xxx동 아줌마랑 식사도 함께하지 그래. 지혜한테 잘 대해준 것도 고맙다고 말을 해야 하고...”
 
“응. 그럼 거기 있는 동대표도 있으면 같이 식사하자고 하자. 어차피 거기 파리만 날리는데. 헤헤”
 
그러고 보면 그 노래방을 가게 되면 그 인간이 낄 수밖에 없는 것을 간과했다. 어제 일을 좋게 생각하려 해도 신경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둘은 술에 취했다고 해도 나는 제 정신으로 그 광경을 보았으니까 말이다.
 
점심을 먹고, 거실에서 뒹굴뒹굴 하다 보니 금방 시간은 5시를 넘게 되었다. 슬슬 밖에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아내는 파란 원피스만 걸치고 나에게 팔짱을 껴왔다. 밤에 조금 춥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요즘 여름에는 온도가 밤에도 높으니 상관은 없을 것이다. 나와 아내와 함께 단지 건너편에 쪽으로 가서 약간은 걸어가야 나오는 노래방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지방이기 때문에, 건물은 서울에서 보던 으리으리하게 큰 건물은 아니다. 뭐, 평범한 2층짜리 건물이라고 말해야겠다. 또한 매우 허름했다. 이런 대다가 도우미도 않부르니 장사가 될 리 없는 것이 당연했다. 내심 전에 아내한테 건물 소유주가 그 배불뚝이라고 들었을 때 돈 좀 많이 만졌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 자신에 조소를 품었다.
 
2층에 있는 노래방으로 올라섰다. 좁은 계단을 올라서 문을 열었더니, 노래방 안의 카운터에는 아내가 말했던 아줌마와 그 동대표 두 명이 같이 티비를 보고 있었다.
 
“어머, 어서 와요. 새댁한테 말만 들었지. 실물은 여태껏 못 봤는데, 아주 훤칠하시내.”
 
아내에게 말만 들었던 노래방 아줌마를 처음 보게 되었다. 첫인상은 넉살 좋으신 평범한 그 나이 때 아줌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쨌든 웃으면서 맞아주시니 친밀감이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그 동대표도 주뼛주뼛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연신 아내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저, 오늘 남편이랑 데이트하러 왔어요. 근데, 식사들 하셨어요? 저희 오늘 두 분이랑 같이 먹으려고 온 거에요. 그리고 식사 끝나고 노래 좀 부르다 가도 될까요?”
 
“물론이지. 시간 날 때마다 놀러와. 공짜로 불러도 된다니까. 어쨌든 우리 생각해주기도하고 새댁 참 기특하네. 우리는 막 중국집에 전화하려고 그랬거든, 어차피 오늘 장사도 않 되는데, 잠깐 문 닫고 이 부부랑 식사나 하러 가죠. 최씨”
 
동대표란 사람의 성은 최씨인가 보다. 어쨌든 아줌마가 문을 잠그고 우리 일행은 근처 고기집으로 향했다. 고기집에 도착해서, 고기를 시키고, 고기를 굽는 동안 이것저것 서로 이야기를 했다.
 
“근데, 부부는 어째서 애가 아직 없어, 벌써 2년째 되지 않았어?”
 
“예. 처음에 맞벌이 했다가 남편이 이쪽으로 전근을 오면서 제가 그만두게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돈을 좀 모아서 어느 정도 기반만 잡으려고 했는데, 이제 슬슬 가져야죠.”
 
“그래, 돈이 대수야? 애도 생기고 그래야. 집안에 더 활기고 돋지. 안 그래요. 최씨?”
 
그러고 보니 아이는 결혼하고 한 1,2 년 뒤에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아내와 약속했었다. 당시에는 우리 둘다 부모님께 손 벌릴 정도로 양가 부모님들이 부유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결혼 전에 직장을 다니며 모아둔 돈으로 전세에서 시작해서 차곡차곡 돈을 마련하여 집을 장만하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를 갖는 건은 미루게 되었다. 벌써 결혼 2년차라니, 이제 애를 가질 때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아내분이 예쁘시니 아이가 참 예쁘겠네요... 부럽습니다...”
 
그 최씨는 그렇게 묘한 칭찬을 해주었다. 어쨌든 감사의 인사로 미소는 지었는데, 영 찝찝했다. 아내는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싱글벙글이다. 마침 고기가 다 익었고 서로 식사를 시작했다.
 
“근데, 술이 있어야지. 다들 한잔 합시다.”
 
뭔가 애주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아줌마라고 생각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말투이다. 나는 아내가 술을 잘 못 먹는다는 것을 재차 말하면서 재지하려 했다.
 
“괜찮아. 몇 잔 정도는 먹을 수 있어.”
 
아내는 의외로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이런 것이 객기가 따로 없구나하고 어처구니없게 바라보았다.
 
“어제 보니까, 새댁도 잘 마시던데 서방님이 너무 감싸시네. 새댁 한잔 받아.”
 
아내는 꼴깍꼴깍 맥주를 마셔갔다.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의외로 대학생이었을 때보다 잘 마시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면 술이 몸에 맞게 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최씨는 옆에 있는 아줌마와 술을 마시면서 맞장구 쳐주고, TV에서 나오는 야구경기를 가끔 기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은근슬쩍 눈빛이 아내를 주시하는 것 같은 느낌은 이상하리만큼 나에게는 잘 느껴졌다.
 
“자. 밥도 다 먹었겠다. 소화시키러 가야지, 노래방으로 가자고!”
 
술이 한껏 취한 아줌마는 노래방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아주머니의 부군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아내에게 전에 얼핏 들은 것 같은데, 그래도 밝게 사시는 걸 보니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나와 아내는 노래방의 5번 실에 자리를 잡았다. 아내는 아줌마와 그 최씨를 불러들여 가치 놀자고 했다. 그 두 명은 들어오면서 캔맥주를 한껏 품에 안고 왔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남아도는 맥주 이번에 없애버리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최씨가 슬쩍 손을 돌려 맥주를 따서 아내에게 건내주고, 나에게 건내주었다. 맥주를 마시고 한 껏 취기가 오르자 아내는 노래를 부르거나 듣는 와중에도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술에 취했을 때 저렇게 활달한 모습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는데, 저런 모습을 지금 보니 여자는 참 여러 모습이 있는 것 같다.
 
한창 노래를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다 보니 힘이 짐짓 빠졌다. 갑자기 아주머니는 브루스 타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음... 근데 이상하게 내 손을 잡더니 오랜만에 젊은 남자 좀 안아보자고 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많이 취한 것처럼 보여 당황하긴 했으나, 그냥 아주머니 손을 잡고 흔들흔들 허리만 흔들었다.
 
“최씨랑 새댁이랑도 브루스 춰봐!”
 
“칫, 그럼 우리 같이 춰요.”
 
아내는 최 씨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나는 술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은은한 노래를 배경으로 4명의 남녀는 그렇게 브루스를 추었다.
 
그러나 어쨌든 내 신경은 온통 아내와 배불뚝이에게 꽂혀있었다. 아내는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당연히 이삿날 때와 어제 일도 있고 그 놈이 아내 옆에 있는 것이 여간 성가셨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 놈이 여기서는 어떻게 행동할까하는 일말의 궁금증도 슬그머니 생기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흘러 내 예상대로 일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아줌마와 내가 브루스를 추면서 내가 아내 쪽 방향과 등을 지게 되었을 때,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그 놈은 아내의 허리춤에 손을 자연스럽게 놓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오늘 가뜩이나 얇은 하늘빛 원피스만 걸쳤고, 안에 속옷만 입은 상태라 그 놈의 손에는 아내의 맨살이 그대로 느껴질 것이었다. 이 놈 역시 그 느낌을 느낀 듯 손을 슬슬 거리면서 아내의 등 뒤를 쓸 듯이 더듬기 시작했다. 슬에 취한 아내는 그런 스킨쉽에는 둔감하게 되는 것일까. 별다른 반응이 없이 몸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힐끔힐끔 아내를 보다보니, 음악은 끝이 나자 그는 손을 재빠르게 빼냈고, 나는 취한 아내를 부축해서 소파에 앉혔다.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 가까이 되었고 이제 슬슬 집에 돌아갈 분위기가 되었다. 카운터에서 정리하던 아줌마는 갑자기 울린 핸드폰을 받았고, 통화를 하더니 자기는 먼저 집에 가봐야겠다고 하면서 뒤처리는 최씨에게 부탁한다고 하며 떠났다.
 
덩그러니 우리를 남겨두고 떠나자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뭐, 이 남자하고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아내에게 이상한 짓을 하는 것 같으니까. 최씨는 5번방을 정리하고 빗자루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저기, 여기 화장실이 어디죠. 잠깐 다녀올께요.”
 
분위기가 고요해지자 아까부터 줄 창 먹었던 맥주가 소변을 마렵게 한 것 같다. 가기 전에 소변을 해결할 생각으로 남아있던 최씨에게 화장실을 물어보았다. 그는 열쇠를 주면서 2층에는 화장실이 없고, 1층으로 내려가서 건물 뒤편에 화장실이 있다고 하였다. 아내는 많이 취한지 얼굴이 발그레해져 있었고, 소파에 기대서 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술을 많이 먹어서 숨소리 조금 거친 듯 보인다.
 
아내를 이놈과 단둘이 내버려두기는 조금 꺼림직 했으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 동안 뭔 일 있겠냐는 생각으로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