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펌] 변해가는 아내(지혜) #9

소라바다 10,091 2019.03.14 06:02
아내가 그 놈에게 당했다는 것은 이제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다만, 아내가 왜 그런 놈에게 몸을 줬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었다. 월요일에 그 꼴을 당한 이후로 그 놈은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내며, 내 신경을 긁어 놓았다.
 
‘헤헤. 저 다음 거는 언제 진행하면 좋을까요? / 남편 분 때문에 제가 참고 있어서 못 버티겠는데 허허..’
 
이런 종류의 문자들을 회사에서 받는 것은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를 또 불러내서 그 놈이 험한 짓을 하면 어떡하지? 이렇게 일거리는 앞에 두고 망상에 빠져 있는 동안 이과장이 나를 불렀다.
 
“자네 요즘 왜 그래? 자꾸 멍한 표정으로 있고 말이야. 내가 말해놓은 것은 언제 결재 받으려고?”
 
“예... 죄송합니다. 금방 올려놓겠습니다.”
 
어차피 이런 보고서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과장은 그 쓸모없는 것은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그 놈 일 때문에 복잡한데, 과장은 오전부터 난리를 쳐댔다.
 
점심시간 잠시 휴게실에 앉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파트에 있는 아내가 어떻게 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 놈과 얼굴을 또 맞대야 할 것을 생각하니 괴로워 졌다.
 
회사에서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그 놈에게 향했다. 마치 그 놈에게 좋은 패를 다 빼앗긴 것 마냥, 나는 벌써부터 그 놈에게 정신적으로 휘둘리는 중 이었다. 나의 아내는 이미 몸도 그 놈에게 놀아나고 있다.
 
“헤... 저 이제는 진도를 어디까지 나갈까요? 헤헤”
 
그 놈은 역겨운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나는 당시 병신처럼 그 놈이 마련해 놓은 늪에 들어가 있는 듯이 대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뭐가 더 어떻게 진도를 나간다는 거죠?”
 
“헤헤... 뭐 별건 없죠. 지혜씨는 남편분이 모르는 상황에서 저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남편분이 옆에 있을 때는 어떻게 하실까 저도 궁금해서... 헤헤”
 
그 놈은 잘도 이죽이죽 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남편 분께서 양해를 구해주신다면 헤헤.... 잘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결국 그 놈은 나의 무응답을 승낙으로 할고 자신의 계획을 마음껏 줄 창 떠들었다. 나는 그 놈이 그렇게 침 튀기며 말하는 것을 단순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천진난만하게 나를 보고 있었는데, 과연 그 놈의 물건을 정성스럽게 빨고, 그놈의 비개가 덮인 뱃살 위에서 허리를 돌려대던 아내가 맞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확실할 수가 없었다.
 
“뭐. 요즘은 낮에는 뭐해 집에만 있어?”
 
“뭐 별거 하는 건 없는데, 그냥”
 
아내는 유연하게도 나의 대답을 피해갔다. 아내는 내가 집에 없을 때 정말 별거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그 놈과 약속했던 주말이 왔다.
 
“오늘 노래방 가자... 그냥 노래가 부르고 싶네...”
 
아내는 머뭇거리며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필시 그놈에게 연락을 받고 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이겠지..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와 내가 그 놈이 있는 노래방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그 놈 말고도 그 노래방 아줌마라고 부르는 여인도 함께 있었다. 어쩌면, 이 여자가 아내를 보고 산에 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상황이 오지 않았을 텐데, 과거에 실없이 아내를 등산에 내보내며 바보같이 있었던 내가 원망스럽고 이 여자도 원망스럽다.
 
“어, 신혼부부 오셨네. 요즘 통 않 보여서 말이지.”
 
“네.... 뭐 좀 하다보니 오랜만에 들렸네요. 어디로 들어가면 되죠?”
 
“지금 한 테이블 있는데, 딴데는 다 비었어. 아무대나 들어가.”
 
아내와 나는 그렇게 방에 들어가려는 찰라. 아내는 그 놈과 그 아줌마를 불렀다. 같이 함께 놀자고, 뭐 거기 주인인 사람들은 한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도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할 일 도 없었기 때문에 흔쾌히 우리와 함께했다.
 
몇 곡 노래를 부르고 예전처럼 부르스 타임을 가졌다. 역시 그때처럼 데자뷰같이 아줌마는 나에게 붙었고, 아내는 그놈과 부르스를 췄다. 이제 .... 그리고 그때처럼 그런 조심스러운 상황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아내를 등지고 있을 때, 그 놈은 이제 보란 듯이 아내의 몸을 쓰다듬었다.
 
그 놈이 주문한 것인지 아내는 원피스 하나 달랑 걸치고 왔다. 이제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는데, 나는 집에서 잠깐 말렸지만, 아내는 요 앞에 다녀오는 건데 이렇게 입고 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런 옷하나 걸친게 전부니 그 놈은 매우 편안하게 지혜를 만지작 거릴 수 있었다. 예상대로 아내의 엉덩이는 그 놈은 손에서 자연스럽게 주물럭거려지고 있었다. 원피스, 팬티 달랑 두 개가 아내의 맨살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아내는 그 놈의 거침없는 행동에 당황한 듯이 나의 눈치를 보고 그 놈이 자신의 탱탱한 엉덩이를 주무르는 것을 제지하려했다.
 
그러나 그 놈은 그 행위를 방해하려는 아내의 손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엉덩이를 계속해서 주물럭거렸다. 내가 아내의 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는 이상하게도 그 놈은 아내의 엉덩이를 더 이상 주무르지 않았다. 다만 처음에 아내의 어깨위에 올려 있던 손은 이제 아내의 앞면에 있었다.
 
나의 생각대로 아마 아내의 젖가슴은 그 놈은 손에서 놀아나고 있겠지.... 그렇게 곡이 끝나고 우리 일행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새댁은 안색이 좋지 않네? 왜 그래 표정이? 최씨 무슨 이상한 짓 한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는 아내를 걱정해주는 척하며 말했다.
 
“헤헤... 아니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지혜 씨께서 더위를 타셨나? 헤헤....”
 
아내는 살짝 고개를 들어 부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었는데, 이제 그 원인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 참으로 어찌해야할 줄을 몰랐다.
 
“저. 속이 좀 않 좋은 것 같아요. 화장실 좀 갈게요.”
 
“한 잔하고 온 거야? 그럼 빨리 다녀와야지. 남편 분께서 같이 가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일어서려했다. 그러나
 
“헤헤... 제가 열쇠도 가져다 줄겸... 지혜씨 저희 화장실 한번도 않가보셨죠? 헤헤... 제가 대려다 드릴게요. 위치가 좀 복잡해서....”
 
그 놈은 나에게 싱긋 눈길을 한번 주고 아내를 대려가려했다. 나는 그 놈의 의도한 것이 뭔지 알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다만, 그 아줌마는 의아한 듯이 나를 바라보는 것은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둘이 내려간 뒤에, 맥주 몇 캔 마시고 맹해진 아줌마가 트로트를 몇 곡 열창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아줌마에게 말했다.
 
“둘이 많이 늦내요. 저도 등이나 두드려주고 올게요. 많이 취한 것 같아요.”
 
나는 대충 말을 둘러대며 방안에서 빠져나왔다. 화장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나는 긴장된 마음,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묘한 마음 두 개를 가지고 계단에서 내려갔다.
 
그 너저분한 화장실은 불은 켜져 있었으나,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마치 도둑 고양이 마냥 계단에서 고개를 내밀고 동향을 살피다가, 결심하고 문 앞으로 향하려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그 낡은 문은 창에 손이 기대어 있는 실루엣이 창으로 보였다.
 
“하아.... 하아....”
 
“헉헉... 지혜씨, 빨리 끝내고 올라가야 되요 헉헉.... 다 들키겠네 헤헤...”
 
화장실 앞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그 놈의 이죽거리는 목소리와 아내의 무엇인가를 참는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안에는 가벼운 마찰음 3개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허헉... 오늘은 굉장히 힘을 많이 주내요. 허허.. 내께 다 으스러지겠네.. 헥헥...”
 
“빠... 빨리 해요... 들키겠어요....”
 
그 놈은 한껏 아내를 희롱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채워가는 듯 보였다. 나는 멍하니 그 문 옆의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얼마 뒤, 그 놈이 돼지 멱따는 신음소리를 한차례 내뱉고 안에서 소리가 잠잠해졌다. 창에 비치는 아내의 손은 점차 힘이 빠지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긁듯 내려왔다. 그리고 숨을 조용히 고르는 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허허.. 지혜씨 정말 훌륭해요.. 헤헤.. 명기야 명기...”
 
그 놈의 그 소리와 함께 찰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안에서 일처리가 끝났는지 옷 매무새를 고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나서 그 놈이 먼저 나왔다. 그 놈은 싱긋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눈길을 한 번 주고 휘파람을 불며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뒤에 아내가 치마가 올라갔는지, 밑으로 다시 내리는 것 같은 모습으로 나오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언제 왔어?”
 
“아.. 방금... 걱정되서 내려왔어. 뭐 술 때문에 토한거야?”
 
나는 뭔가 울컥하는 것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건냈다.
 
“응.. 속이 좀 그렇네... 이제 괜찮아. 올라가자.”
 
아내는 그렇게 말을 건내고 계단으로 향했다.
 
“나 화장실 좀 들렀다갈게 먼저 올라가”
 
아내는 잠깐 멈춰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올라갔다. 나는 아내가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화장실로 황급히 들어갔다. 아까의 두 남녀의 정사가 지나간 자리라서 그럴까? 화장실 안 공기가 더운 듯이 느껴졌다. 나는 정신나간 놈처럼 화장실 안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왠지 보고 싶지 않았지만, 휴지통 앞에 몸을 기울여서 안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일주일 전에 봤을 때는 아내는 그 놈과 섹스를 할 때, 콘돔을 낄 것을 요구했었는데... 그 놈과의 섹스 뒤에 콘돔이 있을 거라는... 이런 상황에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상황을 찾고 있는 것인가 나는? 그런데 없었다....
 
나는 허망해지는 정신을 쥐어 잡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그 놈이 가방을 들고 서서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배불뚝이는 집에 일이 있다고 먼저가 버렸고, 아내와 나도 그 놈이 간 뒤에 잠깐 있다가 나왔다.
 
아내와 함께 건물에서 나와 집까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내도 아까 그 놈과의 정신없던 섹스 때문인지 아무 말이 없이 걸음을 옮겼다. 나는 옆에서 서서 아내를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지혜는 이대로 그냥 그 놈과 몰래 관계를 지속하려는 생각인가? 그 놈과 그 때 여관에서 했던 것 때문에? 혹시라도 그 놈과의 잠자리라도 그 놈 말처럼 즐기게 된 것인가?
 
지금 당장 아내를 부여잡고 추궁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지혜와의 관계가 모든 것이 끝장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단 한순간에 무너지는 그런... 비굴해보이지만, 지혜가 그 놈과의 관계를 스스로 끝내고 나에게 돌아오길, 아니면 다른 외부적인 힘으로 그 놈이 없어지길 나는 겁쟁이처럼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아내는 집에 도착하고 바로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냉장고에 있던 맥주를 따서 들이키고 아내가 씻고 있는 욕실 문 앞에서 서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바구니에 있는 옷들을 들춰보았는데, 아내의 팬티가 없었다.
 
요즘 들어 점차 내적으로 피폐해지는 기분 속에서 회사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러다가 짤릴지도 모를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다. 과장 놈은 처음에는 나를 강하게 추궁했지만, 이윽고 내가 약간 맛이 간 것을 느낀 것인지, 나와 술을 한잔 하자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표독한 놈이지만, 이 과장도 인간미라는 것이 조금은 있는 사람인 것일까. 과장은 자신이 술이 쌔다며 내가 집에 두발로 못 걸어 갈 것 갔다고 이야기하며 우리 집 앞에서 한 잔 하기로 하였다.
 
“자네 요즘 무슨 일 있어? 요즘 들어 자꾸 정신을 집에다 두고 오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야... 회사일 때문이면 나에게 이야기해보게.”
 
과장은 나에게 맥주를 따라주며 이야기했다.
 
“아닙니다.. 그냥 요즘 몸이 좋질 않네요.”
 
나는 대답하는 둥 마는 둥 건성으로 대답하며 맥주를 들이켰다. 과장은 찝찝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가.. 음 그러니까 조금 일처리를 할 때 빡빡하게 구는 건 사실인데, 자네 구박도 많이 하고 말이지. 이 사람아. 사회생활이 다 그런 것 아니겠네. 자네가 그렇게 크게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닙니다. 과장님. 회사일 때문에 그런게 아닙니다. 그냥 요즘 몸이 않 좋은 것 뿐입니다.”
 
그렇게 과장과 두런두런 이야기할 때, 치킨 집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헤헤.. 사장님 준비됐죠?”
 
“예. 여기 해놨습니다. 15900원입니다.
 
그 안에 들어온 사람은 그 놈이었다. 그 놈은 이죽 이죽거리며 치킨을 받아들다가 내 쪽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 놈의 이죽 이죽거리는 표정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왜 그러지? 그런데 그 놈을 바라보는 내 뒤통수로 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최준식이 또 보내.”
 
“어어... 형철아. 그래...”
 
그 놈은 처음에 이사를 온 날 봤을 때의 그 음침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심스럽게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 내 친구야. 여기 아파트 산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네.”
 
과장은 나에게 그 놈을 인사시켰다.
 
“예. 저 아는 분이에요. 동대표에요....”
 
“아. 그래? 둘이 구면이구만, 준식아 같이 술이나 한잔 할래?”
 
과장은 넉살좋게 그 놈에게 자리를 권했다.
 
“아냐 아냐... 부하직원이랑 술 마시는 건데, 제3자가 낄 수는 없지. 둘이 마셔.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 놈은 내색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황급히 자리를 뜨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저 놈이 내가 이 사람 부하직원인 건 어떻게 알고 있지?
 
그렇게 그 놈이 간 뒤에 과장의 인생역정, 설교를 한참을 들은 뒤에야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과장은 술에 많이 취한 듯이 휘청거리며 콜택시가 올 때까지 횡설수설했다. 나는 과장을 간신히 부축하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온 택시에 과장을 던져 넣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터덜터덜 집으로 향해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갑자기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 놈이었다.
 
“헤...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 놈은 우릴 보고 나간 뒤에 계속해서 기다렸는지, 아까 사들고 간 치킨봉투를 아직도 오른손으로 쥔 체 나에게 말을 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