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클럽 K-ougars 1

소라바다 3,212 2019.06.27 20:44
1. 손향숙 - beginner.
 
(1) 재회
 
나는 조선국...서울 영등포에 있는 K모 고교출신이다.
집안 재력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 집안 건물관리나 하면서 소일한다.
 
어느날 부동산 중개어플에 월셋방 하나를 내놓았는데, 임차희망자를 만나보니 어째 낯이 익었다.
이름이?? 이...모씨였다. 대충 가명 하나지어 이용수라 하자.
 
이용수(실제이름은 다르지만)...? 이름을 바꿨나??
 
내가 알던 이용수(고교시절 이름은 또 달랐던)와 얼굴이 거의 흡사했다.
그렇다고 딱히 아는체 하진 않았다. 임대인이랑 임차인이랑 친하게 알고 지내서 딱히 좋을것도 없겠지만,
원래부터 그닥 친한 사이도 아니기도 했고, 그치도 나를 잘 모르는 듯해서 그냥 더도 덜도 말고
딱 임대인 임차인 관계로만 지내기로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에 관해 내가 유독 기억하는 건 한가지가 있었는데...바로 고교시절 수학선생이었던 손향숙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한번 말을 터볼까 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딱히 이렇다할 기회가 없었기도 했고,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 일년 그럭저럭 월세도 안밀리고 잘 지내는가 싶더니,
급전이 필요하다고 보증금 중 일부를 잠시 변통해 달라는 것 아닌가?
 
쓰읍...가뜩이나 딴 임차인들도 이 핑계 저 핑계 월세를 미루는데, 짜증이 났지만,
한번도 월세를 밀린적도 없고, 그럭저럭 성실해 보이는데다, 고교시설 동창생각도 나고 해서, 그냥 빌려주기로 했다.
게다가 많은 액수도 아니기도 했고. 돈은 제때 갚았다.
 
그러고 또 몇달이 지났다. 이제는 민방위 소집이다. 나도 한 두해만 더하면, 민방위마저 끝나는 공식 아재가 된다.
진짜 아재들이 보면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부쩍 나이 듬을 느낀다.
 
거기에 하필 내 앞줄에 그가 서있었다. 잠깐 눈인사나 하고 소집점검끝내고 집으로 가려는데,
그가 나를 불렀다. 저기...형님...
형님이라니 내가 대리를 서서 내 나이나 지 나이나 동갑인 줄은 알텐데...
가끔 이럴땐 건물주가 갑이긴 갑이구나 한다.
 
뭐죠? 그가 저번에 자기 어려운 사정을 봐줘서 고맙다고 사례로 밥한끼나 사겠다고 했다.
뭘 사례까지...대충 이렇게 수작부릴땐 정중한체 사양하는게 찐따리 떨어내는 데 좋다.
 
대충 건물주 아들이라니까 만만해 보이고 고생도 안한 티 많이 나서, 호의를 권리로 아는 임차인들한테 한두해 시달리고 보니,
이젠, 사정같은 거 잘 봐주지도 않고, 나도 이일이 익었다. 뭔일인진 몰라도 대충 사정 생기면 또 함 봐주십사
수작거는 것일테다. 그리고 아니라 하더라도 건물주와 임차인은 그저 사무적인 관계로 지내는게 제일 좋다는게 나의 다년간에 경험론이다.
 
하지만, 그는 왠지 내 고교 동창일 것 같다는 강한 심증도 있었고, 무었보다 그에 대해서 한가지 내 궁금증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긴했다.
바로 그와 내가 같은 반이던 시절 수학 I 을 가르쳤던 선생 손향숙에 대한 일이다. 과연 그와 그녀 사이 무슨일이 있긴 했던 걸까?
 
휘적휘적 소집장소인 학교 교문 밖으로 나왔을 때, 먼저 말을 걸었다.
 
뭐...거창하게 밥 같은 건 됐고...조 앞에 빠리 바게트 하나 있으니까...빵쪼가리나 하나 사주쇼...그러고 보니 아침을 안먹어서 배고프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