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선악과 - 4

소라바다 9,717 2019.08.29 02:17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 창세기 3: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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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를 취하고 그로인해 태초부터
가지고있던, 안락하고 평온한 일상으로부터 추방당한
최초의 남녀가 지었을 표정은 나와 닮았을까.
 
나는 텅빈 거실에 우두커니 서, 얼음에 갇힌 것과 같이
외부와 분리된채 핸드폰의 화면을 들여다보고있다.
 
헛웃음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펑하고 터져버리진 않을까,
가슴에선 전쟁터의 대포가 그러하듯 굉음이 터져나오고
떨리는 손은 핏기가 사라져 마치 시체의 그것처럼 노랗게
물들어있다.
 
침대에 누워 가슴부터 아랫배까지 수건을 얹고 팔로
얼굴을 가린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아내의 낯선 나신으로
시작한 사진들은 같은 자세로 브이자를 그리며 어색하게
웃음을 짓다가 남녀의 결합부위를 보여주는 것을 거쳐
연인이 서로의 채취를 탐하듯 남자의 품에 파고들어
골아떨어진 모습으로 끝이난다.
 
미처 한묶음의 사진을 다 넘겨 보기도 전에 허리뒤쪽에서
찌르르한 느낌이 들고, 곧 바지에서 축축한 느낌이 든다.
까까머리 중학생시절 친구에게서 만화방 뒷방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앞에서 서성이다 가슴졸이며 처음 접한
포르노에도 이 정도의 반응은 없었다.
 
사실 냉정히 평가하자면 사진들은 그 때의 불량식품과도같은 짜릿함은 없다. 오히려 담백하고 어설펐으며,
10대소년이 아닌 40대 중년남성의 원초적인 부분을
자극시키기에 턱없이 모자라다. 하지만 그것의 주인공이
아무일 없었다며 긴장한 탓에 잠들어 버렸다 태연하게
말하고 이어서 나와 부부로서 진솔한 대화를 하며 예쁘게
웃어주던 나만의 것이어야 할, 나의 여자란 사실에
나는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강렬한 흥분에 휩쌓여있다.
 
태생적으로 정력이 강한편이 아닌 나는 젊은시절에도
한번 사정하면 수그러들어 다시 시작하기 위해 꽤나
긴시간의 휴식을 가져야했지만 지금은 팬티속에서 정액에
범벅이 되어 질척거린다는 것만 빼면 나조차도 구분못할
정도로, 오히려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이 팽창해 뚫고
나올 듯 솟구쳐있다.
 
마치 아무리 먹어치워도 허기를 달래지 못해 두리번대는
짐승과 같이 지금의 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아내가
잠들어있는 침실로 달려갈까 고민하던 나는 이내 무언가
홀린듯 사진과 함께 전송된 링크를 눌러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거기엔 필독이라는 제목의 메모장파일과 Mp3파일,
그리고 Zip형식의 압축파일이 있었고 우선 나는 필독이라
씌여있는 텍스트파일부터 열었다.
 
- 용량이 좀 큽니다. 다운받으시는동안 Mp3파일부터
 들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P.S 아마 일어나시지는 못하시겠지만 혹시 모르니
  이어폰을 꼭 끼우시는걸 추천드립니다.
  형수님 목청이 좋으시더라구요 ㅎㅎ
 
승자가 패자를 조롱하는것과 같이 들리는 건 단지
기분탓일까, 목청이 좋다 생각해본적 없는 나로썬 묘한
패배감에 입맛이 썼지만 내용을 짐작하고 있는 지금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를 대비해 가장을 뒤져
이어폰을 찾아 귀에 끼우고 지시대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굴욕감을 느끼며 Mp3파일을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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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 생겨난 웅성거리는 소리중간중간 덜그럭
거리는 소리로 보아 녹음기로 녹음된 소리임을 파악하고
언제 말소리가 들릴지 긴장하고 있는 그 때.
 
“안녕하세요~ 남편이랑 통화하신 왁서분 맞으시죠?”
 
“아 네. 안녕하세요. 신정민입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아내의 목소리다. 처음보는 사람에 대한 말투치고
평소보다 사근사근하게 들리는 것은 착각일까.
 
“초면에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정말 미인이세요ㅎㅎ”
 
“아니에요 ㅎㅎ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감사합니다.”
 
옛날부터 예쁘다는 말에는 사족을 못쓰던 아내답게
일러준대로 나오는 외모칭찬에 처음만난 자리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게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마치 소개팅자리처럼
대화가 진행되는 모습에 내심 감탄했다.
 
“ㅎㅎ 아 오랜만에 정말 즐겁게 대화하네요. 왠지는
모르지만 신경질적인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아름답고
상냥하시기까지 한 분을 뵌걸보니 운이 정말 좋네요 ㅎ”
 
“어머 그래요? 왜 신경질적이시지.. 이렇게 훈훈하신데”
 
다른남자를 칭찬하는 교태섞인 아내의 목소리에 다시한번
아랫도리가 울컥했다.
 
“그러게요 ㅎ 그럼 시술은 진행하시기로 마음먹으신것
같으니 질문하실게 있으실까요??”
 
“음..일단 창피하지만 비용적인 부분 좀 여쭙고싶네요 ㅎ”
 
“넵 일단 가격은 하반신전체 체모제거에 이후 테라피까지해서 12만원입니다. 출장이다보니 약간 가격이 높은건
이해해주세요 ㅠ”
 
“음.. 역시 좀 비싸긴하네요 그래도..”
 
“후...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오늘은 출혈서비스로 ㅜ
8만원에 해드릴게요.. 기분좋은 하루 만들어 주시는
댓가로 할인해드릴테니깐 대신 소문좀내주세요 ㅎ”
 
“어머나, 그렇게 많이 할인해주셔도 되는거에요?”
 
“사모님께만 드리는 말씀이지만 사실 이런 분야는 대부분
공임이다보니 그렇게 큰 손해는 없으니 괜찮습니다 ㅎ
생각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네요 ㅜㅜ”
 
대화를 듣고있다보니 마치 혓바닥에 기름을 발라둔 것
같이 능청스럽게 대화하는 스킬이 경이롭기까지하다.
비록 표면적으로 그동안 비용문제 때문에 실패했다고
언질이 있었긴 하지만 태연한 연기로 아내를 홀리는
모습에 또 다시 감탄하고 있는데 대화가 이어진다.
 
“어우..염치없지만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ㅎ 친구들한테
열심히 소문내서 사장님 부자만들어드려야겠다 ㅎㅎ”
 
“그래주신다면야 저는 감사하죠 ㅎㅎ 아무래도 오늘은
운이 정말 좋은날이네요 ㅎ”
 
“음.. 그럼 장소는 어디서하는건가요? 출장이시면
정해진 장소는 없는것 같은데..”
 
나왔다. 과연 어떻게 꼬득인걸까 무슨말을 했기에
유부녀인 아내가 외간남자와 모텔로 향하게 된것일까..
 
“..오해하시면 안됍니다 ㅜㅜ 장소는 제가 제휴한
모텔인데.. 정말 다른의미는 없구요 시설도 위생적이고
단지 제가 아직 샾을 정식으로 오픈할 여력이 안돼다보니
한달간격으로 모텔과 계약해서 시술하는곳 입니다.
사장님과 직접적으로 연락을 할 수 있는 상황이고
위치도 미리 알리시고 들어가시는것인 만큼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걱정은 전혀 안하셔도 괜찮습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말에 당황한건지 모텔이란 장소에
당황한건지 잠시동안 말이없던 아내는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ㅎㅎㅎ 덩치도 산만하신분이 허둥지둥
설명하니깐 웃기네요 ㅎㅎ 뭐 모텔이 불륜하라고 정해진
장소도 아니고 민감해하시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줌마라 그런게 부끄럽지도 않네요 ㅎㅎ”
 
.......맥이 탁 풀리며 한숨이 나온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쉽게 쫄래쫄래 따라가면 어떻게하나 요즘
세상에...
 
“제가 다 부끄럽네요..ㅎㅎ 그래도 이해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나중에 오픈하면 무료서비스한번해드릴게요 ㅎ”
 
“그러면 나중에 무료서비스보다 오늘 만원만 깎아줘요 ㅎ
솔직히 조금 당황했는데 생각하니 괘씸하네 호호”
 
캬... 역시 아줌마는 아줌마구나하는 생각에 고개를
내젖는동안 어느새 재생이 끝나고 나는 바지에 손바닥을
문질러 땀을 닦고 다운로드가 끝난 파일을 열기전
마음을 진정시키기위해 담배를 한대 꺼내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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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네요 ㅜㅜ 어렵습니다 늘)
 
한모금 깊게 빨아들여 내쉰다. 뿌옇게 눈앞을 가렸다
이내 바람에 흩어져 날아가는 담배연기를 잠시 바라보다
생각에 잠긴다. 정말 이것을 열어보아도 괜찮을까
아직 늦지않은걸지도 모른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상자를 연 판도라와 달리 열지 않는다면 아내는
한여름밤에 꿈을 꾼것과 같이 오늘일을 가슴에 묻을테고
나는 남자에게 연락해 중단할것을 요청한다면 모든것은
신기루처럼 흩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보지못한
아내의 모습을 평생 궁금해하며 고통받을 것이고..
 
이 모순적인 상황에 한참을 고민하며 발밑에 떨어진
꽁초의 갯수가 손가락의 갯수까지 늘어간 후에야
결심한다.
 
설령 끝이 비극이라도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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