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벚나무 어린 잎 흩날리는 계절에 Part1

소라바다 9,755 2019.09.05 12:29
팔랑팔랑 흩날리며 땅을 연분홍색으로 물들여 가는 것은, 이상 기후 때문인지 예년보다 약간 일찍 만개한 벚꽃잎.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조금 쌀쌀한지, 몸을 움츠리고 아쉬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동급생들.
 
3년 동안 공부해 온 고등학교 졸업식.
 
낚은 콘크리트 벽이나 체육관의 곰팡이 냄새.
 
왠지 감상에 젖어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러나 역시, 내 심장의 이 고동은, 그런 감상과는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쿵쾅거리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어가는 인파 속에, 비단 같이 윤기 있고, 긴 생머리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것이 시야에 포착된다.
 
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그런 광경은 별반 특별할 것도 없는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 늠름한 모습에 가슴이 조여드는 것은, 왠지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길을 가는 누구라도, 그녀 안에서 흘러넘치는 힘찬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빼앗긴다.
 
그 발걸음은 잘 규율된 엄격함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모든 것을 감싸는 자애도 주위에 풍긴다.
 

 
나는 오늘, 그녀에게 고백한다.
 

 

 
「졸업식도, 무사히 끝났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검도부 동아리방의 도구의 정리를 하는 그녀는, 키리시마 아야(桐島文).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이자, 내 짝사랑의 여성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신이 주장을 맡은 여자검도부의 마지막 책무를 다하겠다고, 보호구 등을 하나하나 손에 들고, 정성껏 닦고 있다.
 
바닥에 무릎 꿇고 앉은 그녀의 곧은 등은, 언제 봐도 홀딱 반할 만큼 아름답다.
 

 
「그런데 아야(文)짱. 검도부 주장도 힘들구나.」
 
「뭐, 당연한 일이야. 떠나가는 새는 뒤를 어지르지 않는다고 하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길고 아름다운 생머리.
 
투명하게 비쳐 보일 듯한, 그러나 어딘가 강력함마저 느껴지는 하얀 피부.
 
누구에게도 아첨하지 않는, 그녀의 높은 자부심이 잘 드러나 있는 큰 눈.
 
그녀의 언행은 항상 늠름한 풍격이 따른다.
 
전형적인 일본 미인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습.
 
게다가 검도와 학업 모두, 전국 탑 클래스의 문무 겸비한 재원이다.
 
그러나 그것을 불공평하다고는 할 수 없다.
 
나는 그녀가 재능만 믿고 나대는 사람이 아닌 것을,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학에 가서도 잘 부탁해. 뭐, 나 같은 여자와 같이 있으면 매력도 뭐도 못 느끼겠지만, 그건 소꿉친구의 악연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해 줘.」
 

 
그녀에게 매력이 없다면, 이 세상 모든 여성에게도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매력이란 것이, 이른바 그라비아 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즉물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칼집에서 막 빼어 든 일본도 같은, 자칫하면 등을 얼려 버릴 만큼 섬뜩한, 아름다움.
 

 
그렇다.
 
나는 그녀와 같은 대학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스포츠도 공부도 평균 정도인 나에게는, 그야말로 잠잘 시간을 아껴야 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아야(文)짱이 도와주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쉬워하면서도 간곡하게 거절했다.
 
방과 후, 그녀와 단 둘이서 공부를 하게 되면, 머리에 들어오는 영어 단어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료사쿠(良作)의 노력에는 정말 놀랐어. 아니 탄복했어. 역시 내 자랑스러운 소꿉친구야.」
 
콧김까지 뿜으며, 가슴을 펴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다.
 
당연히 불쾌하지도 않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성실하고 솔직한 사람인 것이다.
 
「아야(文)짱이라면 공부하지 않아도 합격했을 거잖아?」
 
그에 비해 나란 놈은 이렇다.
 
신장이나 외모도 평균 이하.
 
말주변도 없고, 친구도 적다.
 
아무런 나쁜 짓 따위는 하지 않았는데,
 
어딘가 세상에 떳떳하지 못한 느낌까지 받아 버린다.
 
그런 열등감 덩어리다.
 
그런 내가, 그녀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은, 당연한 섭리 같기도 하고, 코메디 같은 빈정거림마저 느낀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설령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노력을 비하할 필요는 전혀 없어. 적어도, 료사쿠(良作) 너는 나의 자랑이다.」
 
그녀는 아무런 가식도 없이, 똑바로 내 눈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말한다.
 
그녀의 그런 표정 모두가 나에게 있어서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지금은 앉아 있지만, 일어서면 신장도 나와 거의 차이가 없다.
 
팔다리도 날씬하고 길다.
 
마치 TV에서 보이는 모델 같다.
 
당연히 남자들로부터 인기는 굉장하다.
 
평소에도 아야(文)짱이 있는 교실 앞에는 고백의 기회를 엿보는 남자들의 행렬.
 
방과 후에는 교문 앞에서 다른 학교 남자들이 줄을 선다.
 
방금 전의 졸업식도,
 
마지막 찬스에 희망을 건 남자들을, 헤집고 나와, 간신히 검도장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구름 위의 존재가 아니다.
 
소심하고, 아무런 장점도 없는 내가 이지메 당하지 않았던 것은, 솔직히 아야(文)짱의 유일한 남자 친구였다는 부분이 컸을 것이다.
 
나를 괴롭히면, 그녀에게 미움 받는다.
 
그런 식으로 여겨졌다고 생각된다.
 
그녀 쪽에서 같이 하교하자는 권유를 받는 유일한 남자였던 나에게는, 남자들이 선망의 눈길을 보내지만, 그 눈길에 전혀 질투가 섞이지 않았던 것은, 주위의 눈으로 봐도, 내가 그녀와 어떻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역시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언제부터일까.
 
모른다.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쭉 함께, 초등학교 때는, 누나처럼 따르고 있었다.
 
사춘기에 들어서자, 주위 남자들로부터 아야(文)짱의 평판을 자주 듣게 된다.
 
그것과 반비례해, 학교 사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져 가는 나.
 
나의 존재 의의라면, 그녀에게 빠진 남자들로부터, 그녀는 어떤 타입의 남성을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정보통이었다.
 
나의 고백은, 만에 하나라도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같은 대학에 진학까지 했는데, 이 관계가 무너져도 상관없는가, 등의 지적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고민했다.
 
그래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자신이 비굴하고, 왜소한 인간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아야(文)짱.」
 
「응? 왜?」
 
도구의 정리를 마친 그녀는, 일어나서 내 쪽으로 왔다.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나부끼게 하고,
 
벚꽃 냄새를 몰고 와 나의 코를 간질였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예전부터 쭉 좋아했어.」
 
아아.
 
옛날, 사무라이들이 영주 앞에서 할복할 때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의 비현실적 느낌.
 
어이없을 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 정도로, 결사적인 각오였다.
 
그래도, 이건 너무 서툰 고백이었을까.
 
맥락도 없고 멋진 연출도 없다.
 
머리는 펄펄 끓고 있다.
 
보글보글, 뇌수가 끓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다.
 
손발도 떨리고, 이미 나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결과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
 
어차피 거절당할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보다, 난생 처음,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태어나서 첫 고백.
 
예상치 못했던 성취감.
 
이제 간신히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얼굴을 든다.
 
자연히 아야(文)짱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는 뺨을 긁적이면서,
 
「……난처하네.」라고 중얼거렸다.
 
단지 소꿉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나에게서, 갑작스런 고백을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해 버리고, 속이 시원해진 나의 마음은, 아주 평온하고, 냉정해졌다.
 

 
「미안. 갑자기.」
 
「아니, 괜찮아. 확실히 놀라긴 했지만.」
 
그렇구나, 그녀는 중얼거리고 나서, 크게 숨을 내쉬고「저, 그런데 왜 나야? 같은 학년의 친구와 비교해도, 여성스러움 같은 건 전혀 없는데?」
 
곤란한 듯이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여자 아이 같지는 않을지도.」
 
나도 덩달아 웃는다.
 
어느새, 떨리고 있던 무릎은 멈추어 있었다.
 
막상 사지에 발을 디뎌 보면, 의외로 차분해진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어떤 여자 아이보다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응. 그러니까, 좋아하게 되었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은, 한 번 경험해 보면, 그것은 매우 즐거운 것이었다.
 
아마 번지 점프 같은 것일까.
 
아야(文)짱은 나의 말에 조금 납득이 되지 않는 듯이 팔짱을 끼고,
 
「음, 그렇게 말하니, 부끄럽잖아.」라고 말하며 드물게 얼굴을 붉혔다.
 
「그런 말 듣는 건 익숙하잖아?」
 
반대로 나는, 농담을 던질 여유마저 생긴다.
 
「그렇지도 않아. 남한테 듣는 것과, 소꿉친구인 료사쿠(良作)에게 듣는 것은 무게가 다르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하늘을 올려보며, 또 한 번 「후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나는 솔직히, 연애 같은 그런 건 잘 모른다. 친구들 같이 데이트를 할 시간이 있으면, 검도 연습에 몰두하고 싶다.」
 
「그렇겠지.」
 
나는 이해한다고 맞장구를 친다.
 
「남성에 대해,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달콤한 기분 같은 건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럴 것이다.
 
그녀의 연애 사건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나의 고백에 대한 답은 뻔히 알고 있었다.
 
나는 그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 위해, 빨라진 고동을 진정시키도록 심호흡했다.
 
「하지만, 나도 여자다. 가끔 나조차 잊어버리게 되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자조하듯이 웃고, 말을 이어간다.
 
「이해도 못하고 경험도 없지만, 흥미가 전혀 없다는 건 아니야.」
 
「응? 그래?」
 
나도 모르게 경악의 목소리를 낸다.
 
나의 그런 리액션이 재미있었는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그건 그렇지. 말했잖아? 나도 여자라고.」
 
「아니 알고 있지만.」
 
놀랄 만한 말은 아니다.
 
그러나, 평소의 그녀에게서는, 그런 태도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
 
「흥미진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그녀는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쭉 생각했어. 언젠가 남성과 교제하게 되면, 그것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고.」
 
「자주 고백 받잖아. 마음대로 골라잡으면 되지.」
 
「고마운 일이지. 나 같은 무뚝뚝한 사람을 좋아해 주다니.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그들과는 사귈 수가 없어.」
 
「왜? 학년 탑 클래스의 인기남들 뿐이었잖아.」
 
자신의 일을 일단 제쳐놓는다.
 
「나는, 연애를 한 적은 없지만, 성실하고 올곧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고작 몇 번의 대화, 아니, 1년을 함께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사귀면서 서로 이해를 깊이 하려고 노력하잖아?」
 
왠지, 이야기가 빗나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바로 그 아야(文)짱이, 연애를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왠지 재미있어 나는 대화를 이어간다.
 
「그렇구나. 그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교제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그것으로 자기의 견문을 넓힌다. 멋진 일이라고는 생각해.」
 
다만, 이라고 그녀는 계속 말한다.
 
「그것이 헛수고로 끝나는 일도 있지?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비참한 이별을 경험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물론 그것을 포함한 것이, 연애라는 것의 묘미인 것이겠지. 다만 나는, 방금 전에도 말한 대로, 그렇게까지 연애에 흥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검도를 희생하면서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생각도 없어. 그런 어설픈 기분으로 교제를 허락해, 만에 하나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줘 버리면, 본전도 못 찾는다. 그렇게 되겠지?」
 
「그럴지도.」
 
그녀다운 진지하고 사려 깊은 생각이라고는 생각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치지 않는 내 심장의 고동을 감안하면, 역시 연애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싶어지게도 된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이렇게도 멋진 일이란 것을, 친구로서, 그녀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그래서……」
 
언제나 시원시원한 그녀의 말이, 드물게 막힌다.
 
그래서, 나와도 사귈 수 없다.
 
그렇게 말하려는 것이겠지.
 
그러나, 간신히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초월하고 있었다.
 
「그래서, 료사쿠(良作)와 사귀어 볼까 하고 생각해.」
 
「응?」
 
「여친이 되고 싶다. 라고 말한 거야. 료사쿠(良作)의. 내가.」
 
오른손으로 나를 가리키고, 왼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손짓 몸짓으로, 도치법을 사용해 그렇게 설명했다.
 
「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물어 버렸다.
 
본래라면 만세를 반복하고, 피눈물을 흘리며 기뻐해야 할 전개.
 
나의 사고를 뒤덮은 것은, 의문.
 
「나는, 료사쿠(良作)가 올곧고 성실한 인간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야말로, 가슴을 활짝 펴고 자랑할 정도로.」
 
「그런데, 나 따위로, 괜찮아?」
 
최악의 질문.
 
무엇 때문에 고백한 거야, 라고 자신을 패고 싶어진다.
 
그러나 생각지 못한 이야기 전개에, 나의 사고 회로는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료사쿠(良作)라면, 나의 성격을 이해해 주고 있다. 검도에 몰입해 있어도, 이제와 불평도 없겠지?」
 
뻔뻔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한다.
 
「그렇구나……고마워.」
 
「뭐야. 별로 기뻐하지 않는 것 같잖아.」
 
「아니, OK해 줄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왜 고백했어?」
 
「단지,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라는 느낌이랄까.」
 
「그런가……」
 
그녀는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몇 초 동안 말없이 있다가, 갑자기 눈을 뜨고 말했다.
 
「역시, 료사쿠(良作)는 대단하구나. 내가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그것을 알리지 않겠지. 그것도 옥쇄 각오라니. 역시, 자랑스러운 소꿉친구야. 아니, 이제 자랑스러운 남친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
 
「그래. 의외로 겁쟁이야. 나는.」
 
「그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야.」
 
「그런가? 그 때도, 료사쿠(良作)는 용감했었잖아. 아아, 그렇지. 생각났다. 그렇구나. 역시, 나는 료사쿠(良作)와 사귀어야 할 운명이었나 봐.」
 
그녀는 혼자 그래 그렇지 라고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인 후,
 
「그것은 내 마음대로 추측이지만, 료사쿠(良作)는 자신을 비하하고 있지 않아?」
 
「뭐,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남자라고는 생각해.」
 
「그렇지 않아. 자신의 약함과 마주 할 수 있는 것은, 속내가 강한 인간뿐이다. 료사쿠(良作)가 그런 강함과 부드러움을 가진 인간이란 것을, 나는 알고 있어. 뭐, 어쨌든,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나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딘가 여우에게 홀린 듯한 기분으로, 그 손을 잡는다.
 
그런 우리 사이를, 벚꽃잎이 축하 공연을 하듯이 춤추며 떨어졌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졸업식으로부터 1개월.
 
정식으로 연인 사이가 된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핑크색 달콤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금까지는 마치 형제 같이 지내온 소꿉친구가, 갑자기 남녀 관계가 되는 것은 꽤 어려웠다.
 
별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학 입학 전의 공백 기간에는, 매일 같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손잡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나의 신중한 성격[소심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에 기인하는 부분이 대부분이겠지만, 그것뿐만 아니라, 서로가 이성과 교제하는 것에 익숙지 않다는[처음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사실도, 우리 사이에 연인이라는 분위기가 좀처럼 흐르지 않는 사실에 박차를 가한다.
 

 
「정말 말도 안 돼……」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시작한 나의 방에서, 가냘픈 턱과 목을 가볍게 갸웃거리며, 아야(文)짱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왜 그래?」
 
「오늘도 대학 친구가 뭐라 그러잖아. 우리가 도저히 연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조금 우울한 모습으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야 그럴 것이다.
 
일본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 같은 아야(文)짱의 옆에 있는 것은, 마치 주위를 맴도는 공기 같은 나.
 
누군가는 연예인과 그 매니저 사이 같다고 했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을 리 없다.」
 
그녀의 그 말에는, 작은 조바심이 보였다.
 
「뜻밖이야.」
 
드물게 어투를 거칠게 말하면서 녹차를 입으로 가져간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 친구의 지적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아야(文)짱이 이런 태도를 취해 주는 것이 기뻤기 때문인지, 평온한 마음으로 미간에 주름을 짓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 의외였던 것은, 연애에 대해 담백했던 아야(文)짱이, 이렇게 나의 존재를 가볍게 여기는 것을, 진심으로 싫어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연애 감정이 아니라, 가족 의식에서 나오는 옹호에 가까울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아야(文)짱과 사귀고 나서, 이상할 정도로, 나는 냉정하게 그녀와 마주 할 수가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나와 아야(文)짱이 사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겸연쩍은 듯이
 
「……음, 그렇게 말하니, 내가 생떼를 부리는 아이 같잖아.」
 
라고, 연분홍색 작은 입술을 삐죽거린다.
 
그 행동이 몸서리칠 정도로 귀엽다.
 
나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 표정.
 
그것만으로, 나는 황홀에 빠진다.
 
꿈을 꾸는 기분으로 그런 아야(文)짱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녀의 하얀 손가락이, 살짝 나의 손가락에 닿았다.
 
그것은, 밥그릇을 내려놓는 동작으로,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
 
문득 우리의 시선이 마주친다.
 
계속 맞닿아 있는 손가락.
 
나는 기세를 몰아, 그 손가락에, 나의 손을 겹치고, 꽉 잡았다.
 
순간, 두 사람의 시간이 멈춘다.
 
그녀는 새빨간 얼굴로, 노려보듯이 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한일자(一)로 다문 입은, 어떤 결의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뇌의 혈관이 화산의 분화 같이 여기저기 터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아야(文)짱은, 그 보석 같은 눈동자를 살짝 감았다.
 
나도 눈을 감고, 숨을 멈춘다.
 
그러자 무엇이라고도 형용하기 어려운, 달콤하고 좋은 냄새.
 
왜, 여자 아이는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치 이 세상의 온화함이나, 따뜻함 같은 것을, 응축해 구현한 것 같은 부드러움을 입술에 느낀다.
 
서로의 입술이 맞닿은 순간,
 
나는 왠지, 부모님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좀 더 이대로 이렇게 하고 있고 싶다.
 
그렇게 원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이제 호흡을 멈추는 것도 한계다.
 
이대로 죽어 버리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이라고 반쯤은 진심으로 생각한다.
 
아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 얼굴을 뗀다.
 
마치 겨울철 아침 모포를 뺏긴 것 같은 아쉬움.
 
천천히 호흡을 재개하면서, 눈을 뜨자, 거기에는 똑같이 눈을 뜨려고 하고 있는 아야(文)짱이 보인다.
 
당연히 눈이 마주친다.
 
쑥스러운 것인지, 그녀는 한 번 시선을 아래로 돌리고, 몇 초 동안 머뭇거린 후, 도움을 구하는 듯이 올려다보면서,
 
「……이거 왠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색하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 후 몇 번이나 키스를 계속했다.
 
단 둘만의 방.
 
실은 나는 아르바이트 시간도 임박해 있었지만,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고, 질리지도 않고 입술을 겹쳤다 떼는 것을 계속했다.
 
열 번 정도, 입술을 겹쳤다 떼었을 때였을까.
 
처음부터, 너무 걸신 걸린 듯 해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 나는 일단 얼굴을 뗐다.
 
그러자,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좀 더.」 라고 속삭였다.
 
그 표정과 어조는, 나의 이성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이날 나는,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아르바이트의 무단 결근을 했다.
 
점장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면서도,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말없이, 아야(文)짱과 입술을 맞추어 갔다.
 

 

 
「딱히 호흡하면서도 키스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렇게 말하면서 유쾌한 듯이 입가에 미소를 짓는 사람은, 대학에서 친구가 된 안도 요시키(安藤芳樹).
 
외모는 언행은 그야말로 현대풍의 대학생.
 
공부나 아르바이트, 서클 활동은 비교적 진지하고 호감이 가는 동갑내기 남자.
 
붉은 기가 섞인 긴 갈색 머리를 한쪽 손으로 쓸어 올리면서,
 
「뭐, 첫 여친이고, 사귄지 1개월 정도라고 했지? 어쩔 수 없으려나.」
 
라고 마치 타이르는 것 같은 어조로 말했다.
 
결코 그 풍모는 특출하게 잘 생겼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훤칠한 큰 키에 청결감 있는 세련된 복장. 그리고 무엇보다, 나 같은 내성적인 인간도 회유할 수 있는, 붙임성 있는 세 번째 캐릭터는, 대학생활이 시작되고 아직 1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 인맥은 놀랄 만큼 뻗어 있었다.
 
지금도 대학의 캠퍼스를 둘이 같이 걸으면,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겉보기에도 운동부 선배이거나, 팬더 같은 메이크업의 여자 아이거나.
 
그는 그 모두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그리고 상대도 또한, 그에게 호의를 가진 것 같이 웃고 있었다.
 

 
「요시키(芳樹)는 대단하구나. 친구가 많아.」
 
「응? 아니 별로, 그런 건 보통이잖아?」
 
「보통이 아니야.」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친구는, 어느 시기에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 하나는 아야(文)짱이고, 그 외의 사람도,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단한 것은, 료사쿠(良作)짱이지 않아? 저렇게 좋은 여자와 사귀고 있는 남자를 말하는 거야.」
 
라고 요시키(芳樹)는 먼 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교문에 기대듯이 서있는 아야(文)짱의 모습이 보였다.
 
벚꽃은 벌써 졌지만, 녹색의 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그녀의 주위를 춤춰, 가뜩이나 반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더 한층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변함없이, 저 아이는 등이 예쁘구나.」
 
요시키(芳樹)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주위에는 땅바닥에 앉아 있는 여학생도 있어, 그녀의 늠름한 자세가 더욱 돋보인다.
 
문득 그녀의 시선이 우리 쪽을 향했다.
 
그러자 맑은 물 같이 정갈한 그녀의 표정에, 겨우 한 줄기 미소가 번진다.
 
가슴 앞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이쪽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발이 지면을 찰 때마다, 검고 긴 머리가 마치 샴푸 광고 같이 찰랑거린다.
 

 
「수고했어. 료사쿠(良作)」
 
「어라? 아야(文)짱 지금 동아리 활동할 시간 아냐?」
 
대학에 들어가서도 당연히 검도부를 선택한 그녀는, 벌써 즉시 전력감으로 인정받아 주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니, 그것이 갑자기 쉬게 되어서. 그래서 료사쿠(良作)와 차라도 마실까 생각해 기다렸어.」
 
살짝 미소를 짓는 아야(文)짱.
 
아무리 옛날식인 그녀라도, 휴대전화 정도는 가지고 있지만, 별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어라. 혹시 내가 방해꾼?」
 
「아, 안도(安藤)구나. 안녕.」
 
「안녕 키리시마(桐島)……이제야 나를 본가야……」
 
「그런 건 아니야. 그런데, 혹시 료사쿠(良作)와 놀러 가는 길이었어?」
 
「응? 아아, 뭐 그렇지. 하지만 별로 상관없어. 모처럼의 휴가에 신랑을 뺏을 수는 없지.」
 
「호호호. 미안하네, 그렇게 해 준다니 고마워. 앞으로 대회를 위해 연습이 많아지니까. 이렇게 료사쿠(良作)와 한가로이 노는 것도, 당분간은 어려워질 것 같아.」
 
「그럼 어쩔 수 없군. 방해꾼은 물러나지.」
 
「미안. 안도(安藤)」
 
「괜찮아. 그 대신 다음엔 나와도 데이트하자.」
 
「함께 검도 연습 같은 건 어때?」
 
「우엑. 그만 둘래. 그럼 잘 가, 료사쿠(良作)」
 
「아, 응. 미안해.」
 
밝은 미소를 띠고, 손을 흔들며 떠나가는 요시키(芳樹)를 바라본다.
 

 
「미안. 모처럼 친구와 약속이 있었는데.」
 
그녀의 그 말에 쓴웃음으로 답했지만, 우선순위에서 어느 쪽에 손이 올라갈지는 명백한 이야기다.
 
요시키(芳樹)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고,
 
「그럼, 갈까.」
 
라고 말을 한다.
 
아야(文)짱은 뺨을 살짝 물들이고, 말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숙이고 손을 부드럽게 맞잡아 주었다.
 
그녀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나, 손바닥의 따뜻함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요시키(芳樹)에게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열등감을 베어 넘겨 준다.
 

 
그로부터 반년 후.
 
다소 쌀쌀함을 느끼게 되는 10월도 중순.
 
이미 해가 완전히 진 시간에, 드물게 나의 아파트에 손님이 찾아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의 방문은 예정대로여서, 그 자체에 놀랄 것은 없다.
 

 
「아, 저. 안녕.」
 
현관에서 그렇게 미소 짓는 아야(文)짱의 뺨은 약간 긴장되어 있다.
 
「아, 안녕.」
 
나의 뺨도 마찬가지로, 마치 복어 독에 중돌된 듯이 저리고 있다.
 
「저, 가방, 어디 둘까?」
 
「아, 아아……으, 응 이쪽으로.」
 
둘 다 목소리를 떨면서,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고 나서, 그리고 식탁을 사이에 두고, 차를 내왔다.
 
「밖은 춥지?」
 
「응? 아, 아아. 그래. 밤에는 역시 추워졌어.」
 
「벌써 어두워졌네, 역시 데리러 나갔어야 했는데.」
 
「아니 걱정은 넣어둬. 이것도 있는데.」
 
그녀는 조금 전 내려놓은 가방에 시선을 보낸다.
 
거기에는 그녀의 애용하는 죽도.
 
「으응. 그래도 역시 다음부터는, 밤에 올 때는 마중 나갈게.」
 
아야(文)짱의 실력은 확실하겠지만, 역시 그래도 걱정이다.
 
그녀는 나의 그런 기분을 헤아린 것인지,
 
「그런가……그렇구나. 고마워.」
 
라고 수줍어했다.
 
왠지 모르게 어색한 정적이 찾아온다.
 
「아, 그런데 말이야……」
 
남자로서,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한 걸음 내딛었다.
 
「응?」
 
「괜찮아? 그, 가족이라든지.」
 
「아, 그래서 말했잖아? 부모님 모두 해외여행이라고.」
 
「그, 그런가. 응. 그랬었지.」
 
「아, 저.」
 
그래. 아야(文)짱의 가족이 해외로 여행을 갔다.
 
그녀는 가족의 권유를 거절하고, 그 날, 우리 집에 자고 가는 것을 결의했다.
 
처음으로 키스한 날의 감동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위액이 역류할 것 같은 긴장감은, 그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늘 밤, 나는, 아야(文)짱과 섹스를 한다.
 
물론 그런 약속을 명확하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고 간다는 것은, 분명 그렇게 되는 것으로, 나는 남자로서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목은 바싹바싹 마르고, 손도 떨리고 있다.
 
아무리 차로 목을 적셔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이에, 답답한 공기가 계속 흐른다.
 
서로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시계 바늘 돌아가는 소리만이 방을 지배한다.
 
이럴 때, 도대체 어떤 대화를 해야 할까.
 
오늘 낮, 요시키(芳樹)에게 어드바이스를 받은 것은, 침대 안에서의 『실천편』뿐이고, 사전의 분위기 만들기까지는 듣지 못했다.
 

 
『어디 원나잇 하는 것도 아니고, 둘이 사귀고 있으니까 그냥 자빠뜨리면 되는 거지.』
 

 
그런 말을 떠올린다.
 
나는 역시 그것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하고,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 정적에서 해방될지를 생각했다.
 
생각한 결과.
 
나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기로 했다.
 
「아야(文)짱.」
 
나의 말에, 그녀는 얼굴을 든다.
 
어딘가, 마치 야단맞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짓는다.
 
「……응?」
 
「사랑해.」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그거, 비겁해.」 라고 중얼거렸다.
 
잘 보면, 귀가 새빨갛다.
 
고백 때도 생각했지만,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해 버리고 나면, 이상하게 각오가 다져진다.
 
나는 일어서서,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손을 잡아 꽉 쥔다.
 
맞잡아 준다.
 
따뜻하다.
 
남은 한쪽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는다.
 
마치 맑은 날의 호수 같이, 젖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닫혔다.
 
겹쳐지는 입술.
 
그대로 체중을 싣는다.
 
아무런 저항도 없다.
 
그녀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방바닥에 펼쳐진다.
 

 
「료사쿠(良作)……침대로.」
 
평소의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가냘프고 가녀린 그녀의 목소리.
 
등에 팔을 넣어,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을 보조한다.
 
그대로 둘이 같이 일어서서, 몇 미터 앞의 침대로 향한다.
 
고작 몇 초인데, 마치 영원 같이 느껴졌다.
 
아야(文)짱을 침대에 걸터앉히고, 다시 한 번 키스를 하고, 그대로 넘어뜨렸다.
 
「저기, 불……」
 
나는 말없이 리모콘을 들고, 그녀의 요구대로 불을 껐다.
 
이미 심장은 폭발 직전.
 
어쩌면 사실은 이미 폭발해 버려, 그것은 임사 체험의 환상이 아닐까할 정도로 심박수가 계속 상승한다.
 
키스를 하면서, 그녀의 가슴에 손을 뻗는다.
 
순간, 그 손을 막는 그녀의 양손.
 
그러나 곧바로, 그녀 자신에 의해, 방해하던 손이 치워진다.
 
나는 그녀의 각오와 수치를 느끼면서, 그 유방을 카디건 위로 만진다.
 
처음으로 만지는, 그녀의 유방.
 
잘못하면 찌부러져 버리자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그것은 부드럽게, 그리고 깊이 나의 손을 받아들여 간다.
 
이렇게 부드러운 것이 있다니.
 
단지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치 고무공 같이 나의 손을 튕겨낸다.
 
양손으로 그녀의 유방을 애무한다.
 
마치 어린 아기 같이.
 
그것은 언제까지나 만지고 싶어지는 달콤한 감각.
 
그녀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눈을 감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오뚝한 코에서는, 미세하게 불규칙한 호흡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나는 그녀의 카디건의 단추를,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의지해 하나하나 천천히 푼다.
 
조금씩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다.
 
윗도리 아래의 T셔츠를 걷어 올린다.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상반신의 맨살은,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투명하게 비쳐 보일 정도로 희고, 그리고 덧없을 정도로 매끄러웠다.
 
힘이 약한 나도, 힘껏 껴안으면 부러져 버릴 듯한?
 
그런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그녀의 육체는 가녀리고, 아름다웠다.
 
덧없고, 여린 것만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내가 일본인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피부만큼이나 하얀 브래지어가 보인다.
 
그것은 그 아래에 있는, 그녀의 유방에 의해, 아름답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브래지어를 끌어올리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러자 아야(文)짱은 말없이 등을 젖히고, 스스로 후크를 풀어 주었다.
 
내가 브래지어를 그녀의 가슴에서 벗겨내자, 그녀는 팔로 가슴을 가렸다.
 
말없이, 그 팔에 손을 대자, 일순간의 저항이 있은 후,
 
팔은 치워지고, 그녀의 가슴이 노출되었다.
 
예쁘다, 라고 무의식중에 입에서 말이 새어나왔다.
 
아야(文)짱은 그것을 듣고, 「응……」 하고 부끄러운 듯이 신음한다.
 
달빛에 비추어진, 일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상반신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감동으로 울어 버릴 것 같아진다.
 
덧없을 정도로 가늘고 잘록한 허리와는 대조를 이루듯이, 존재감 있는 두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있었다.
 
손바닥에 들어오고도 남는 정도인 그것은, 누워 있어도, 사발 같은 형태는 전혀 무너지지 않고, 각각의 정상에는, 그 풍만한 유방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연분홍색의 돌기가 있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
 
부끄러운 듯이 아야(文)짱이 그렇게 말했다.
 
평소라면 똑바로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그녀는, 젖은 눈동자를 옆으로 돌리고, 가냘프게 중얼거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가련했다.
 
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유방에 손을 뻗는다.
 
옷 위로 만지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살짝 땀이 난 그녀의 피부는, 나의 손바닥에 찰떡 같이 달라붙는다.
 
아무리 만져도 형태를 잃지 않고, 탱글탱글 반동을 주면서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그 모습은, 단지 물리법칙에 따르고 있는 것뿐인데, 나의 숨을 거칠게 만들었다.
 
갑자기 나의 손가락이 그녀의 유두에 닿는다.
 
「아앙.」
 
어릴 적부터 쭉 함께 지냈는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소리를 내며 그녀는 몸을 비틀었다.
 
늠름한, 허스키한 쪽에 가까운 평소의 목소리와는 달리, 그것은 듣는 것만으로 머리가 녹아내릴 것 같은, 달콤하고 애절한 목소리였다.
 
눈이 마주친다.
 
마치 장난을 치다 들킨 아이 같은, 동그랗게 뜨여진 그녀의 눈동자.
 
그것은 곧바로 나의 시선을 피하듯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시, 싫어……」
 
라고 마치 연약한 여자 아이(?) 같은 소리를 낸다.
 
방금 전부터 때때로 보이는 그녀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나의 남자로서의 본능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나는 참지 못하고 한쪽 손을 그녀의 속옷 안으로 밀어 넣는다.
 
얇고 부드러운 음모의 감촉에 이어, 기름이라도 만진 것인가 하고 착각해 버릴 만큼, 미끌미끌한 감각.
 
여성의 몸이란, 이렇게까지 부드러운 것인가.
 
감탄을 넘어, 가벼운 공포까지 느껴 버린다.
 
속옷을 벗기고, 그녀는 완전히 태어날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달빛에 비추어진 그녀의 나체는, 바로 예술품이어서, 그것에 욕정하는 것은 죄책감마저 느낄 정도였지만,
 
그것은 동시에 강렬한 배덕감을 나에게 심어 주었다.
 
이미 나의 머리는 어질어질해 있었다.
 
어딘가 반쯤 꿈을 꾸는 기분.
 
간신히 정신을 유지하면서, 그녀의 다리를 벌린다.
 

 
그때 낮에 들은 요시키(芳樹)의 조언을 떠올린다.
 
『콘돔은 남자의 에티켓이지!』
 
나는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에서 연두색의, 담뱃갑 크기의 물건을 꺼낸다.
 
내가 그 내용물을 허겁지겁 착용하고 있을 때,
 
[한심한 이야기지만, 사전에 몇 번이나 착용 연습을 했다.]
 
그 모습을 침대에 누워 있는 아야(文)짱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시선이 마주치고, 황급히 눈을 돌리는 우리.
 
다시 침대 위로.
 
그녀의 질구에, 나의 음경을 갖다 댄다.
 
그때, 완전히 어둠에 익숙해진 나의 눈은, 거의 음모가 없는, 핑크색의 그녀의 질을 찾아냈다.
 
「너, 넣어도 돼?」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나를 바라보고, 말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쑤욱 허리를 내밀자, 아야(文)짱의 허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 아파?」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입술을 꽉 깨문 그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이다.
 
나는 한 박자 쉬고, 다시 천천히 허리를 앞으로 내민다.
 
조여드는 감촉을 맛보면서, 귀두가 완전히 그녀의 안에 들어갔다.
 
그때, 뭔가 찢어지는 소리가 난 기분이 들었다.
 
내려다보니, 선혈이 시트를 물들여 가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것은 나에게 이상한 감정을 들게 했다.
 
대충 그것을 표현한다면, 감동, 같은 것일까.
 
아야(文)짱은 역시 입술을 깨문 채,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상반신을 숙여, 아야(文)짱과 서로 껴안은 자세로.
 
입술을 겹친다.
 
아야(文)짱은 조금 안정을 되찾은 듯이 미소 지으며,
 
「사랑해.」 라고 속삭였다.
 
그 눈동자에서는,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눈물을 본 것은, 언제 적일까.
 
아주 옛날,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체온을 온몸으로 맛보면서, 아름답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런 그녀와, 좀 더 안고 싶고, 좀 더 안쪽까지 느끼고 싶어, 남은 음경을, 끝까지 천천히 그녀의 안에 밀어 넣었다.
 
「으응……윽.」
 
그녀는 괴로운 듯이 신음했지만, 나의 정욕은 이제 멈출 수 없었다.
 
끝까지, 나를 그녀의 안에 채워 넣었다.
 
빨리, 하나가 되고 싶었다.
 
우리는 마주 보며, 말할 필요도 없이, 서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안은, 뜨겁고, 그리고 꽉 나를 조여주고 있었다.
 
첫 섹스는, 그다지 기분 좋지 않다는, 자주 듣지만, 터무니없다.
 
그녀의 부드럽고 풍만한 유방의 감촉을 자신의 가슴으로 느끼면서, 음경을 질 깊숙이까지 밀어 넣는 행위는, 순식간에 나를 사정까지 이끌었다.
 
그대로 체중을 그녀에게 싣는다.
 
아야(文)짱도 양팔을 나의 등에 감고, 꽉 껴안았다.
 

 
「끝……이야?」
 
「응. 미안.」
 
「왜, 미안하다는 거야?」
 
나는 쿡 하고 웃으며,
 
「벌써 끝이야? 라고 물으니, 왠지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런 것인가? 빨리 끝내 줘서, 오히려 좋았는데.」
 
「아, 미안. 아팠어?」
 
그렇게 말하여, 그녀의 안에서 바깥 세계로 돌아가려고 하자,
 
「아니, 괜찮아. 좀 더, 이대로, 있고 싶어.」 라고 말하는 아야(文)짱.
 
나도 같은 생각이라, 말없이 계속 몸을 포개고 있었다.
 
그녀가 호흡을 할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작게 상하로 움직이고, 그에 따라 부드러운 감촉이, 밀착한 나의 가슴을 달콤하게 자극한다.
 
「이상해.」
 
그 상태로,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가?」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정직하게 말할까?」
 
「응?」
 
「료사쿠(良作)와 사귀게 된 것은, 사실은, 단지 료사쿠(良作)와의 관계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응.」
 
나는 그녀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느끼면서,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어.」
 
그녀는, 아래에서 나의 뺨을 양손으로 살며시 감싸고,
 
「좋아해. 사랑하고 있어.」 라고 속삭였다.
 
우리는 입술을 맞추고, 어느 샌가, 다시 사랑의 말을 나누었다.
 
아직 어린 우리의 그 목소리는 가녀려서, 바람이 불면 꺼져 버릴 것 같은 정도로 비현실적인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우리 두 사람이 미래를 함께 하리란 것을 확신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행복은, 분명 미친 세계에서 밖에 맛볼 수 없을 것이라고, 그런 공포감과도 비슷한 행복감을 맛보면서, 우리는 몸을 포갠 채, 첫 섹스의 여운에 잠겨 있었다.
 

 
다음날.
 
강의가 시작하기 전의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 나는 손을 턱을 괴고 어젯밤의 달콤한 기억을 반추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칫 설탕을 듬뿍 뿌린 파이 같이, 가슴이 아릴 정도로 단맛을 띠고 있었지만, 그 정도의 대가는 각오하고 있는, 나는 기억 속의, 아야(文)짱의 냄새나 부드러움을 머리에 떠올린다.
 
「어이. 료사쿠(良作). 여기 앉아도 돼?」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요시키(芳樹)가 있었다.
 
「아. 물론이지.」
 
「키리시마(桐島)상은? 언제나 이 강의는 둘이 나란히 앉아 받지 않았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앉는 요시키(芳樹)에게,
 
「조금 늦는다고 했어.」 라고 거짓말을 했다.
 
아니 어쩌면 거짓말도 아니다.
 
늦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것을 마치 그녀 본인에게 들었다는 듯이 대답한 것이, 거짓이라면 거짓.
 
어젯밤, 그 이후로 우리는 알몸으로 껴안고, 서로의 피부의 감촉을 서로 확인하듯이 만져댔다.
 
물론 나는 남자고, 그런 일을 하고 있으면 다시 발기한다.
 
그것을 아야(文)짱은 신기한 듯이 말똥말똥 관찰하고, 그리고는 나의 승낙을 받고, 조심조심 손으로 부드럽게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마치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길 잃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초등학생 같았다.
 
그런 간지러운 자극을 받으면서, 나는 솔직히 다시 한 번 그녀의 안에 넣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파과의 고통이 가시지 않았는데 그렇게 추근거리는 것은, 그다지 사려 깊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그대로 그녀의 손 안에서 가 버리자, 그녀는 역시 호기심과 부끄러움 사이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사정의 모습을 지켜보고, 그리고는 손가락에 뭍은 정액을 차분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그러고도 밤새 이어졌다.
 
간신히 하나가 된 흥분 때문인지, 우리는 무슨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다만 발가벗은 채, 침대 위에서 서로의 몸을 만지며 놀고 있었던 것이다.
 
키득키득 웃으면서, 서로의 옆구리라든지, 허벅지, 유두, 성기 등을, 마치 어린아이 같이 만지고 있었다.
 
그것은 성적인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스킨십의 연장선상의 것이었지만, 역시 나의 음경은 몇 번이나 발기하고, 그때마다 아야(文)짱은 흥미 깊게 만지작거리거나 해서 나를 사정으로 이끌었다.
 
아쉽게도 펠라티오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과연 그런 행위를 알고는 있을까?]
 
아야(文)짱의 청초한 입이 남성기를 물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것은 너무나 배덕적인 흥분을 자극해, 나의 하반신에는 순식간에 혈액이 집중했다.
 
그런 일이 몇 번인가 이어지자, 아야(文)짱은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혹시, 한 번 더 하고 싶어?」 라고 물어 왔다.
 
「하지만 아프지 않아?」 라고 되묻자,
 
「고마워.」 라고 아야(文)짱이 입술을 겹쳐 오고,
 
그리고 귓가에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구받는 것이, 고통일리 없잖아.」 라고 속삭였다.
 
그 후 결국 2차전.
 
그렇다고 하더라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삽입과 동시에 끝나 버렸기 때문에, 그녀의 부담은 가벼워졌지만, 사정 후의 현자 타임과 함께, 왠지 모르게 한심한 기분에 빠져 버렸다.
 
「미안.」 이라는 나의 사과에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니까,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라고 이상하다는 듯이 웃었다.
 
다시 남자로서 한심스럽다고 사과의 의미를 설명하자,
 
그녀 왈, 「그것은 사랑을 서로 확인하는 행위니까, 마음만 맞으면 돼. 그리고 료사쿠(良作)는, 나의 몸을 염려해 주니까, 더 이상의 행복은 없어.」
 
라고 미소 지어 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밤하늘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옆에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아야(文)짱은 너무나 가련해서, 잠들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 결국 아침놀을 맞았다.
 
지금도 아야(文)짱은 나의 방에서 자고 있다.
 
당연히 메모는 남기고 왔다.
 

 
「어디서 곰이 온 건가? 다크서클이 장난이 아니네. 밤샘이라고 했어?」
 
요시키(芳樹)가 나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응? 아아, 그래. 뭐.」
 
「흐음. 신기하네. 료사쿠(良作)가 밤놀이라……응? 아!」
 
요시키(芳樹)는 손뼉을 치며,
 
「혹시, 한 거야?」 라고 붙임성 있는 미소를 활짝 피웠다.
 
나는 그 큰 목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자신들의 수다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는 「아, 근데」 라고 나와 똑같이 주위에 시선을 살피며,
 
「그게, 정말이야?」 라고 작은 목소리로 물어 왔다.
 
「응? 아, 뭐, 그렇지, 하하하.」 라고 얼버무리는 것으로 긍정하자,
 
요시키(芳樹)는 나의 등을 팡팡 두들기면서,
 
「그래, 그래ー. 잘했어. 그런데, 어땠어?」
 
「어땠다니……」나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진다.
 
「그래 그런가. 큭ー. 정말 부럽구나. 남자라면 한 번 정도는, 아야(文)짱 같은 여자와 상대해 보고 싶어 해ー. 아ー젠장ー」
 
웃음을 띤 채 부러움에 몸부림치는 요시키(芳樹)를 봐도, 나는 그에게 우월감 같은 걸 가질 리도 없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자기 자신을 비하 하도 않았다.
 
어젯밤의 행위를 거쳐, 조금은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슬슬 강의도 시작되려는 시간.
 
등 뒤에서 분주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점차 우리 자리로 다가와, 그리고 바로 멈추었다.
 
거친 숨소리에 얼굴을 들어보니,
 
「심하잖아 료사쿠(良作)」 라고 쓴웃음 짓는 아야(文)짱.
 
나도 같은 미소를 짓는다.
 
「오, 키리시마(桐島)상. 안녕. 미안 신랑 옆자리 빼앗아 버렸네.」
 
「아, 안도(安藤)군. 안녕. 미안하지만, 그 자리 양보해 주지 않을래?」
 
「그래, 좋아. 내가 이쪽으로 갈 테니까.」
 
마치 내가 두 사람 사이에 끼는 형태로 자리에 앉는다.
 
아야(文)짱은 앉자마자, 나를 꾸짖는 듯한 시선으로 한 번 노려보고,
 
그러나 곧바로 표정을 풀고, 책상 아래에서 살짝 나의 손가락을 잡았다.
 
반대편 옆에서는, 그런 우리의 행동을 아느지 모르는지, 요시키(芳樹)가 히죽히죽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요시키(芳樹)는 수많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사라져 갔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요시키(芳樹)는 인기가 많아.」 라고 감탄하듯이 혼자 중얼거리자,
 
「뭐, 인간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반드시 친구의 수가 사람의 본질을 결정하는 건 아니야. 인생은 조문객 획득 레이스는 아니니까. 료사쿠(良作)의 매력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불만이야?」
 
라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아야(文)짱은 그렇게 말했다.
 
물론 솔직히 기뻤지만, 역시 어딘지 모르게, 자신에게 부족한 능력에 불만을 느낀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것은, 그것은 열등감에서 오는 비굴함이 아니라, 자신을 좀 더 높이고 싶다는 상승욕구.
 
아야(文)짱의 남친으로서 걸맞은 남자가 되고 싶다, 라기 보다는, 그녀와 함께 발전해 가며 살아가고 싶다, 라는 의지.
 
타인에게 감사하게 되면서, 자신을 비하하는 것을 멈추자, 자연히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맞잡고, 그리고는 캠퍼스 안을 당당하게 걸어간다.
 
누구나,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라고, 어이없다는 듯이 비웃지만, 그런 건 이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아야(文)짱은, 나의 그녀라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라고는 생각한다.
 
「역시 저 정도까지 인기가 있는 것은 부러움을 넘어 존경스럽지.」
 
「응? 안도(安藤)군 말이야?」
 
「그래.」
 
「뭐 붙임성 있으니까. 다만……」
 
「다만?」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말해 봐.」
 
「아니 실언이었다. 신경 쓰지 마.」
 
「괜찮아.」
 
드물게 당황해 하는 그녀의 모습을 즐기면서 캐묻는다.
 
「응, 뭐랄까, 나는, 별로 탐탁지 않아.」
 
「요시키(芳樹)가?」
 
나는 조금 놀라 아야(文)짱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가 이 세상을 구할 성인군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료사쿠(良作)의 친구 관계에 간섭하고 싶지는 않았어. 기분이 상했다면 미안해.」
 
「아니 별로……」
 
대인 관계에 관해 취향이라는 것은 여실히 드러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이 예정 조화와 고정 관념으로 결정된다면, 원래 아야(文)짱 같은 여성은 나와 사귀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으로, 그 이유를 그녀에게 물었다.
 
「왜?」
 
아야(文)짱은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왠지. 그런 경박한 분위기는 원래 좋아하지 않아.」
 
「응~, 경박하다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보면 속이 깊은 사람이야?」
 
「그렇구나. 그것은 알고 있지만.」
 
평소의 아야(文)짱과 달리, 뭔가 말이 모호하다.
 
여러 가지 생각하는 것이 있겠지 하고, 더 이상의 추궁은 멈췄다.
 
나는 특별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다음 강의로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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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시마 아야(桐島文)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안도 요시키(安藤芳樹)가 료사쿠(良作)를 바라보는 눈빛은, 때때로 분명히 그를 깔보고 있는 듯한 공기를 느낀다.]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료사쿠(良作)에게, 그것을 지적해도 말싸움만 될 것이다. 그래서 털어놓고 싶은 기분을 마음속에 감추었다.
 
처음에는 피해망상일 거라고 생각하던 그 감각은, 연인의 친구로서 관계를 가지다 보니, 분명한 확신으로 변해 갔다.
 
그것은 료사쿠(良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녀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고, 내심 그에 대한 혐오감이 날마다 더해갈 뿐이었지만,
 
그 당사자인 료사쿠(良作)는, 오히려 그에 대한 부러움을 키워갈 뿐이다.
 
자신에게는 없는 명랑하고 외향적인 성격에 끌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그녀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천 가지 말을 가지고도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연인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데, 그 본인이 하필이면 자신이 혐오감을 느끼는 인간에게 끌려가는 모습.
 
그리고 료사쿠(良作)의 장점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불공평한 느낌은, 안도 요시키(安藤芳樹)에 대한 좋은 평가에 대해, 화풀이처럼 반발해 버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적대심을, 연인의 친구에게 향하게 할 수도 없어, 그녀는 어디까지나 우호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역시, 안도 요시키(安藤芳樹)에게서 느끼는, 어딘가 뱀처럼 징그러운 교활함은, 검도로 기른 그녀의 직감을 때때로 긴장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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