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인도에서 만난 남자 - 17부

야동친구 1,511 2018.04.15 07:11
인도에서 만난 남자 17
케이는 오른손의 다섯손가락의 끝을 겹쳐 모았다.
새의 부리마냥 모양 지어진 손으로 자신의 입을 두번 가리키고 그대로 손바닥이 하늘을 향해 보도록
쭉 펴서 내민다. 그의 앞에는 땟국물이 흐르는 당황스런 표정의 인도 꼬마들이 서있다.
케이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쓱쓱 배를 문지른다. 싱글거리면서도 안쓰러운 표정이 나오는군.
"하하하.. 크크큭...켈켈.."
우리 일행들은 뒤집어 진다.
케이는 지금 구걸하러온 꼬마들에게 그들의 행동을 흉내내어 오히려 그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다.
주위에 다른 외국인들도 케이를 보더니 배를 잡고 웃고 지나간다.
그걸 보고 있던 은혜가 픽하고 웃더니 1루피짜리 동전을 케이에게 던져준다.
형님들은 장난기가 올랐는지 오루피동전도 서슴없이 던진다.
얼씨구. 나름대로 어울리는 걸? 아주 전업을 하지?
"Sorry guys. it was just a kidding. here"s something to eat."
아그라 역에 도착하고 릭샤를 잡으려고 기다리는데 꼬마들이 몰려들어 돈을 구걸 한다.
불쌍한 마음에 한명에게 일루피를 주니 더 많은 꼬마들이 몰려와서 난리다.
그 아이들 틈으로 내가 방금 돈을 받은 아이도 또 손을 내밀고 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해요. 한명에게 돈을 주면 그것을 본 다른 아이들이 더 많이 몰려들죠.
냉정한 이야기지만 안 주는게 오히려 나아요. 이 많은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 줄 수도 없잖아요.
차라리 먹을것을 조금 나눠주면 모를까."
그래 너 잘났다. 나는 어설픈 박애주의자고 너는 냉정한 현실주의자다.
릭샤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자 이번엔 릭샤꾼이 말썽이다.
분명 10 루피로 흥정 했던것 같은데 20루피를 달라고 우긴다.
케이가 다가와 폴리스 어쩌구 하면서 윽박지른다. 그제서야 릭샤꾼은 쏘리를 연발하며 물러간다.
"거 그냥 10루피 더주면 어때. 그것 가지구 경찰 부른다고 윽박지를 껀 뭐야?"
내가 그렇게 불만을 이야기하자 케이가 나를 바라보면서 싱글거린다.
"10루피를 더 주면 저 릭샤꾼은 행복하겠죠. 그러나 그것이 다른 관광객이나 인도의 관광산업에
과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요? 뭐 인호씨야 이번에 가고나면 끝이지만 뒷사람도 생각해야죠.
어설픈 동정은 아주 위험해요. 그건 결국 자기만족이나 자기위안일 뿐이죠."
제기랄.
고작 10루피 가지고 아주 거창하게 나가는 구만. 그래 너 잘났다.
왠지 저녀석이 말을 하면 머리속은 잘 받아 들이는데 마음은 뭐가 욱욱거리는지.
저녀석과 진지하게 살풀이를 한번 해야겠다.
아~ 짜증나 !
***
** 게스트하우스.
종업원 앞세워 이방 저방을 둘러 보고 방을 정했다.
아직 이른시간이라 다행히 창문이 달린 마음에 드는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창밖으로 전망도 좋고 베란다에서는 아그라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케이가 들어와서 확인을 한다.
"정말 이방 쓰실겁니까?"
"이방이 딱 좋아."
케이의 질문에 나와 형님들은 단호하게 이야기를 한다. 창밖으로 멀리 타지마할도 보이는걸.
그간 케이는 전망좋고 깨끗한 방을 주로 여성들에게 배치해 왔기 때문에 형님들도 나도 이번엔
물러설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다.
"맨 위층이라 밤에 쪄 죽을 건데요?"
"뭐 어때. 지가 더워봤자지."
케이의 말에 그렇게 대꾸하는데 형님들이 다시 짐을 싸서 방을 나선다.
"아래층에 좋은방 있어?"
"물론이죠. 제가 이럴 줄 알고 잡아 놨어요."
형오형님과 철재 형님은 역시 케이라며 좋아라 하며 짐을 챙겨 나간다.
배신자들. 그것을 보고 있다가 나도 짐을 싼다.
사람이 죄지 방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케이녀석.
***
방을 옮겨 짐을 풀고 샤워의 순번을 기다리는 데 밖에서 웅성거린다.
"풍쉐 뿌 하오."
왠 짱게소리냐?
문을 열고 나가니 이쁘장한 여자애 세명이 짱게말로 쏼라쏼라 거리더니 곤란한 표정의
어린 종업원에게 어설픈 영어를 한다.
"Change this room and that room."
은혜가 아주 불만스러운 얼굴로 팔짱을 끼고 서있다.
은혜가 잠시 표정을 고쳐 다시 생글거리더니 한마디 내 뱉는다.
" Never! "
그렇지. 장하다 은혜야. 짱께에게 기세로 밀려선 안돼지. 힘들땐 이 아저씨를 부르렴.
다시 종업원은 곤란한 표정으로 여자애들에게 떠뜸거리며 말한다.
"뭔 일이야?"
케이가 막 샤워를 한양 머리에 물기가 마르지 않은 모습으로 방에서 나온다.
"이 중국애들이 갑자기 우리방에 들어와서 둘러보더니 방을 바꿔 달래요. 아주 막무가네에요."
은혜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거리며 케이에게 설명한다.
"What"s matter?"
케이가 다가가 그들에게 이야길 한다.
나지막하게 도란도란 거리는소리가 들리더니 한 여자애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린다.
"풍쉐 뿌 하오!"
케이가 돌아오더니 피식 웃는다.
우리가 궁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실실거리며 설명을 한다.
"참내. 이거. 저 방이 풍수지리적으로 안좋다나 봐요. 내가 보기엔 거기서 거기더구만.
중국에 잘사는 애들은 자기가 왕인줄 알어. 버르장 머리 없이. 그래서 소황제라는 말도 생겼겠지만.
시끄러운데 그냥 방 바꿔 줄까? 좋은게 좋은거지. 은혜야?"
".........."
은혜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케이를 말 없이 쏘아보고만 있다.
케이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손사레를 치더니 은혜의 입에 키스를 한다.
주위에서 탄성이 솟아 오른다.
은혜의 손이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 늘어진 채로 꼼지락 대더니 못참겠는지 케이의 목을 감싸않는다.
"말 들을 꺼지?"
입을 붙인채 케이가 싱글거리며 말한다.
"밤에 한번 더 해준다고 약속하면요."
"뭐. 그러지. 욕심쟁이 아가씨."
은혜는 얼굴을 붉히고 키스를 하면서도 자신의 요구조건을 관철 시킨다. 흠. 옳바른 협상의 자세군.
케이는 중국애들에게 다가가 몇마디 말을 하고는 방을 바꾼다.
"뭐 고맙다고 나중에 저녁에 술 산대요."
그렇지. 네놈이 그런 꿍꿍이가 없었을리가 없지.
"중국어도 침대위에서 배운겨?"
"뭐 대충 그렇죠."
내 가시달린 핀잔에도 싱글거리면서 넘어간다.
이 녀석 머리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 앉았는지 당췌 알 수가 없다.
***
"나는 그냥 방에서 쉴 거에요. 타지마할만 벌써 다섯번도 넘게 갔어요. 입장료가 700루피나 하는데
뭐하러 돈 낭비해요?"
케이가 타지마할에 가지 않겠다고 하자 주위에서 같이 가자고 난리다.
케이가 있어야 재밌다나 어쨌다나. 내가 안가겠다고 하면 피곤해 보이니 푹 쉬어라고 할 사람들이.
너무 인간차별하는 거 아냐?
"하루에 가이드 피로 일달러씩 받아 봤자 12달러. 루피로 환산하면 1달러당 43루피로 해서 516루피.
숙박비. 식비. 교통비 빼고 나면 남는것 없어요. 타지마할까지 갔다오면 완전히 적자에요."
쪼잔한 놈. 그깟 700 루피가 얼마나 한다고. 밥 일곱끼 물 열통쯤 아끼면 될것 가지고. 흠. 좀 어려운가?
그렇게 속으로 욕하고 있는데 반항기 처자들의 생각은 그게 아닌가 보다.
"케이. 그렇게 박봉에 시달리고 있었어? 우리가 돈낼테니까 같이가자. 응?"
"누님. 나 그렇게 몸값 싼 놈 아니에요. 저녁까지 산다면 모를까."
"헤~ 저녁은 제가 살께요."
"그럼 저녁은 탄두리 치킨으로 하지."
은혜가 말을 거들자 이놈은 한술 더 떠서 메뉴까지 결정한다.
정말 여자 등쳐먹는 기둥서방의 표본적인 모습이 아닌가?
케이. 케이, 케이.
저녀석 정말로 얄밉다.
부..럽기도 한가?
***
"우와~"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볕에 반사되어 하이얗게 서있는 타지마할은 사진에서 보는 것 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미 입구에서 배정된 인도인 가이드가 말하는 샤자한이 어쩌구 하는 소리는 관심이 없다.
"자 입좀 다무시고 거기 좀 서보세요. 네. 아저씨 트리오분들 인상좀 펴세요. 네. 좋습니다."
케이가 연신 감탄성을 발하는 우리를 보고 웃더니 모여 서란다. 기념촬영을 한번하자고.
반항기 처자들과 예비 군바리들은 이 포즈 저포즈 취하면서 난리도 아니다.
인범씨와 은영씨는 아주 신혼여행 왔는 줄 착각하고 있는거 아냐?
우리는 타지마할에 들어가려니 너무 아까워서 주위만 살살 맴돌고 있었다.
"아끼다가 똥 되요."
케이가 한마디를 내 뱉는다.
지랄맞은 놈. 똥이 뭐냐 똥이. 네 눈엔 저 이쁜 타지마할이 똥탑으로 보이니?
"원래 이슬람 사원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됩니다. 그러나 입장료로 700루피나 지불한
외국인에게눈 신발 커버를 주죠. 입구에서 나눠준 생수 담긴 주머니 있죠? 예. 거기에
이런 신발 커버가 있습니다. 신발에 뒤집어 쓰고 가면 됩니다."
타지마할. 가까이서 보니 하얀 대리석이 반짝반짝 거린다.
타지마할로 올라가자 전망이 훤하다.
꾸역꾸역 들어오는 인파에 휩쓸려 어느새 타지마할 내부로 들어간다.
어 저 밑에 관이 있군. 진짠가? 시끄러워 잠이나 잘 수 있을까?
배치되어 있던 몇몇의 안내인들이 조그만 손전등을 들고 벼멱에 음각되어 있는 꽃무늬를 비춘다.
우와~
별것 아닌줄 알았던 무늬들이 살아있는 꽃인양 색이 변하며 눈앞에서 떠오른다. 거 참 신기하군.
내부를 돌아가다 보니 눈을 감고 한곳에 서 있는 은혜가 보인다.
눈을 감고 서 있는 모습이 아주 섹시한 걸.
흠. 표정을 보아하니 뭔가 느끼고 있는것 같은데 ? 남의 무덤에서... 변태 아냐?
"여기서 뭐 하냐?"
"어! 어저씨. 여기 되게 시원해요. 마치 에어컨 바람 쐬는 것 같아요. 어 밀지 말아요.
저 쪽에도 자리 있잖아요. 욕심쟁이~"
은혜가 툴툴거리며 다른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서 있는다.
뒤를 돌아보니 벽면에 직경 30cm정도의 구멍이 나있다. 그 곳에서 냉랭한 바람이 흘러 나온다.
은혜를 슬쩍 밀고 바람을 쐬니 세상이 다 내 것 같다.
몇백년전에 이런 구조물을 어떻게 만들었지? 놀라운 일이군.
이젠 타지마할의 아름다움보다 이런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구조물이 더욱 신기하다.
한참 바람을 즐기다 밖으로 나가니 일행들이 모여 있다.
"케이는?"
"케이 타지마할 안에 들어갈때 부터 안보이던데."
"제가 찾아보고 올께요."
은혜가 케이를 찾아온다고 간지 어언 십오분. 케이도 오지 않고은혜도 오지 않는다.
미련하게 땡볕에서 그들을 기다리다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한다.
"다같이 찾아보지."
형오형이 최연장자 답게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한다.
"아니 이것들이."
왼쪽으로 부터 한바퀴를 돌아 가니 타지마할 오른쪽 측면의 벽돌이 올라앉은 구석에서
케이가 카메라 가방을 베고 자고 있다.
케이 찾으러 간다던 은혜는 그런 케이의 품에 꼭 안겨 한팔을 베고 새근새근 잘도 잔다.
형님들이 툴둘거린다. 반항기 처자들도 짹짹거린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은 그들의 주위로 둘러 앉아 자리를 잡는다.
등이 나도모르게 뒤로 넘어가고 어느새 생수병은 내 머리밑에 위치해 있다.
졸립다.
눈을 뜨니 어느새 타지마할의 그림자가 저 멀리 길게 누워있다.
그대로 누운채 좌우를 살피니 내 양 옆으로 은혜와 은영씨가 누워있다. 각기 다른남자의 팔을 베고.
쩝. 최고의 위치선정임에는 분명하나 마음이 조금 쓸쓸해져 오는건 어쩔 수 없나 보나.
맨바닥에 누워서 그런지 허리가 뻐근하다.
몸을 일으켜 않으니 주위가 눈에 들어온다. 엥? 인도인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구경을 하고 있다.
일부는 우리의 자는 모습을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하고 있다.
당황스럽다.
쪽팔리다가 더 적절하고 직접적인 표현인것 같다.
제기랄.